부산의 여름 맛, 팥빙수

나의 소울푸드

by Jina가다

'단팥죽, 팥빙수'

신기하게도 부산에 와서 동네마다 눈에 띄게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간판들이다. 팥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이기에 내 눈에만 그렇게 도드라져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단팥빵, 단팥 아이스 바, 단팥죽 그리고 떡도 팥이 들어간 시루떡이나 바람 떡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단팥에 버무려진 고구마 범벅이나 달달한 팥죽이 좋았다. 팥을 좋아한 나는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함께 새알을 빚어 동지죽을 만들고, 칼국수 면을 넣어 팥죽을 요리해 먹기도 했다.


해운대 우리 집 근처에도 딸아이가 좋아해서 단골로 다니던 팥빙수 가게가 있었다. 가게 근처에 여러 빙수가게와 빵집이 있었지만 유독 고가다리 밑 옛날 팥빙수는 작지만 불티나게 장사가 잘 되었다. 벽에는 부산영화제에 왔다가 들러 간 유명 연예인들의 사인들로 가득했다.


처음 인연은 이랬다. 멋모르고 딸과 함께 빙수를 두 개 시켰는데 카드계산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현금이 없어 안타까운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인상 좋으신 아주머니는 먹고 나중에 비용을 갖다 주면 된다 하셨다. 불편한 마음을 누른 채 도로변 빨갛고 둥근 테이블에서 딸아이와 맛있게 팥빙수를 떴다. 그제야 가게를 둘러보며 딸아이와 장사가 잘 되는 이유를 찾으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서울 말씨를 쓰는 우리가 관광객일지도 모르는데 믿고서 음식을 내어준 따뜻함이 고마웠다. 집에 돌아가 현금을 챙겨 곧바로 오천 원을 돌려드렸다.


얼음을 갈아 우유를 붓고, 삶은 통팥과 사과잼을 약간 올린 외형은 딱히 비법이라고는 꼽을 것 없이 없어 보였다. 다른 곳과 비슷한 맛일 것 같은데도 딸아이는 이곳의 팥빙수만 고집했다. 계핏가루를 부탁해서 꼭 올려먹을 정도로 미식가인 내 딸아이에게는 딱 맛있는 단맛의 기준이 된 곳이다.


오히려 나에게는 용호동 할매 팥빙수가 마음에 든다. 여름이 되면 몇 개씩 사서 냉동실에 넣어두고서 지쳐서 돌아오는 아이들에게 선물로 사용한다. 차를 타고서 광안대교를 지나 용호동 시장 골목까지 가야만 팥빙수 본점을 찾을 수 있다.

부산에 처음 내려온 얼마 후 관광책자를 들고서 맛집이라며 찾아갔던 곳이다. 이 가게에서 단팥죽과 팥빙수를 맛본 후로는 철마다 가끔 들른다. 광안대교 근처에 볼일이 생기면 단팥죽과 팥빙수를 여러 개 포장해서 집으로 간다.


30년 이상 고객들에게 인정받으며 성실히 운영한 터라 ‘백년 가게’로 선정된 이 가게는 단팥죽과 팥빙수 그리고 겨울에는 붕어빵을 함께 판매한다. 매 번 방문할 때마다 손님으로 가득한 이곳은 백화점과 큰 매장에도 분점을 차릴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맛집이 되었다. 여러 방송매체를 통해 팥빙수 3대 맛 집으로도 소개되기도 했다. 적당한 가격에 넉넉한 인심 그리고 깨끗하고 달콤한 맛이 인기비결일 수 있겠다.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사과잼을 뭉갠 후, 통단팥을 얼음과 함께 숟가락에 떠올려 한 입 먹으면 시원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묵직한 단맛이 딱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한다. 바닥까지 싹 긁어먹을 정도로 달콤한 팥빙수는 한여름에는 꼭 들러서 먹고 가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예부터 팥은 건강에 좋은 곡류로서 밥과 떡 그리고 죽에도 사용되었다. 현대 식품영양학에서도 그 영양가들을 높이 평가한다. 팥은 비타민B1과 C1이 풍부해 탄수화물을 분해해서 소화 흡수율을 높인다. 피로 해소와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사포닌이 풍부해서 장을 자극하고 이뇨작용과 부기를 빼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여성들이 선호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팥은 식이섬유나 칼륨 등 여러 영양소들이 풍부해 건강에 도움을 주는 음식임이 분명하다.




뜨거운 한 여름에는 멋진 디저트로써 우리 옆에 있는 서민음식 팥빙수가 항상 반갑다. 이곳 부산에서 가벼운 주머니로 맛볼 수 있는 팥빙수의 매력이 나는 좋다.


팥빙수와 붕어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