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개발자가 되어버린 이유

DH 1

by 도현

현재 글을 작성하고 있는 2025년 1월 25일 22시 44분 토요일


이 글에서 작성하려는 주제이자 이 글의 제목인 '내가 개발자가 되어버린 이유'에 글을 끄적이기 전에 내 소개를 잠깐 하고 가려고 한다.

아무래도 첫 번째 글이고 브런치에 처음 왔는데, 자기소개는 해야 하지 않나 싶다. ㅎ


소개 전에 우선 나는 약 26년을 살아오면서 나는 제대로 글을 작성해 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글에 맥락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수도 있고 표현이 날아다니고 산만하게 글을 작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미리 경고를 하고 싶다. 그리고 미리 사과드린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정말 공부를 못했으며 안 하는 학생이었다. 항상 게임을 즐겨했고, 남들보다 좀 더 많이 했다. 안타깝게도 게임에 재능은 없었다.

고등학교부터 이과학생이었으며, 대학교도 대충 성적을 맞추기 위해 수도권(서울은 아닌) 전문대에 입학하여 인생을 운에 맡긴 채 막 놀기만 하던 학생이었다.


중고등학교 내신은 6~7점. 수능점수는 4등급부터 6등급까지. 대학 학점은 3.2점. 점수로 말을 다했다.


뭐 옛날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아무튼 지금은 중소기업에서 풀스택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현재 날짜 기준으로 19일 차 개발자이다.


위에서 얘기했듯 학창 시절 게임밖에 하지 않았으며 꿈이 없어 보이던 나는 개발자라는 꿈을 갖게 된 건 생각보다 오래전이다. 그리고 그 꿈을 가지게 된 과정도 어디 드라마 주인공 같은, 동화같은 면이 조금은 있는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2015년, 내가 중학생 2학년이었을 시절이다.

그 당시 정말 정말 핫하던 롤(LOL)이 학교에서 유행이었고, 유튜브에 GE라고 하는 롤 하는 유명 BJ들끼리 만든 회사가 있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회사였던 거 같다.


나는 게임을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GE 방송을 많이 보았고 그 당시 유명했던(지금도 유명한지는 잘 모르겠다.. 방송을 안 봐서..) 이상호, 롤선생, 개소주 등등 BJ들을 정말 좋아했다.


그때 학교에서 일주일에 한 번 창체시간이 있었는데, 그 수업에서 선생님께서 반 학생들 한 명 한 명 자기소개를 시켰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많은 학생들이 '프로게이머가 꿈이다. GE에 들어가고 싶다'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나도 그 학생들 중 한 명이었다.


우리 반에는 유명한 친구가 한 명 있었다. 연예인이어서 유명한 건 아니었고, 잘생겨서는 더더욱 아니었다. (미안...) 바로 돈이 많아서였다.

하지만, 놀라운 건 그 많은 돈을 그 친구가 직접 벌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직접 돈을 버는 것을 나는 못 봤지만 학교에 소문이 쭉 퍼져있었고, 그 친구와 자주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 매일 하나같이 그런 얘기를 했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 뭐 돈이 많은 게 겉으로도 보이기도 했었다.

당시 유명한 롤렉스 시계를 차고 다녔고(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중학교 2학년이라기에 밖에서 치킨도 너무 자주 사 먹고 피시방 값도 대신 내주고 그랬기 때문에 우리 반 학생들 아니 우리 학년 학생들은 전부 그렇게 믿었을 것이다.


그 친구는 조금 노는 무리에 속해있는 친구였지만, 당시 말도 정말 못하고 못 하기만 하는 게 아닌 말도 없는 조용하고 재미없었던 나는 그래도 그 친구와 친분은 있었기에 자주 대화를 하곤 했었다.

그 친구는 돈이 많았지만, 나는 돈이 없었고 우리 집도 가난했기 때문에 나는 항상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그 친구에게 어떻게 그렇게 돈을 벌었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친구를 LEE라고 부르겠다. 10년이 지나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최대한 기억나는 대로 작성해 보았다.


나 : "LEE야 너는 어떻게 그렇게 돈을 벌었냐???"

LEE : "나 서버운영해서 돈 벌어. 마인크래프트 서버 운영하거든. 후원금 받는 게 커"


당시에 마인크래프트도 친구들끼리 즐겨했기 때문에 마인크래프트에 낯설지는 않았다.

단지, 마인크래프트로 돈을 번다는 게 낯설었다. 그리고 이해가 전혀 안 되었다.


나 : "엥? 마인크래프트로 돈을 어떻게 벌어??"

LEE : "마인크래프트로 서버를 열어서 사람들이랑 같이 게임하는 거야. 그럼 돈을 주더라고"

나 : "왜 주지..?"

LEE : "너 프리메이플 알지?"

나 : "어 당연히 알지. 얼마 전까지도 해봤는데"

LEE: "그거도 일반사람이 따로 서버 만들어서 사람들을 불러서 즐기게 하고 후원금 받는 거거든? 나는 마인크래프트 서버도 운영하지만 리니지 서버도 그거처럼 프리리니지 이렇게 서버 운영해서 후원금을 받아. 계좌번호를 적어놓으면 사람들이 서버 열어줘서 고맙다고 돈을 보내는데, 그게 한 달에 300~500만 원 정도 들어와"


솔직히 그 당시 서버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단지,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전문성이 보여 멋있어 보이기만 했다.

그리고 중학생이 300만 원이라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나 : "헐.. 엄청 많이 번다.. 그거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

LEE : "나는 아는 형들이 있어가지고 엄청 혼나면서 1년 넘게 배워서 할 수 있게 되었거든?? 근데 너도 하고 싶으면 C언어라고 있는데 그거 책 사서 공부해. 나중에 내가 도와줄게"


그게 C언어라는 것을 처음 듣게 된 날이었고,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을 처음 인지하게 된 날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용돈을 받아본 적이 없었고, 집에 돈도 없었다.

초중학교를 다닐 때는 집에서 15분 걸으면 학교였고, 따로 식비도 나갈 일이 없었다.

홍대를 처음 가본 게 20살이 넘어서이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동네 밖으로 나가본 적이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쓸 일도 없었으며, 방구석에 박혀서 게임만 했었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C언어를 공부해 보기 위해 책을 구매하러 서점에 갔는데, 무슨 책을 구매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가 발견한 책이 일본분이 쓴 10일 안에 끝내는 C언어라는 책이었다. 일단 서점에 C언어책이 2개인가 3개밖에 없었다.

또한, 나는 빨리 배우고 싶었으며 좋은 책 나쁜 책에 대한 인식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그 책을 구매하려 했으나, 비쌌다. 아니 그 나이엔 비쌌다. 2만 원 정도 조금 안 되는 가격이었다.


돈을 잘 쓰지 않는 나는, 세뱃돈으로 일 년을 버티는, 친구들과 가끔 놀더라도 피시방밖에 가지 않아 한 달에 1만 원 정도 쓰는 나에게는 2만 원이면 투자하기 힘든 가격이었다.


그렇게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 후 많은 고민에 빠졌었다.

그 책을 구매하면, 2~3개월 동안은 피시방을 가는 돈을 아꼈어야 했다.


내가 우리 집에 장남인데, 어릴 적부터 눈치를 많이 보았고 가정사에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나중에 전부 글로 작성하고 싶다.) 부모님께 돈을 달라고 해본 적이 거의 없었고, 아직까지도 그러지 않는다.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였으며, 또한 그 당시에는 정말 부끄럼이 많고 쑥스럼이 너무나도 많았다.

흔히 사람들이 '남 눈치 보면서 살지 마라', '네가 하고 싶은 건 하면서 살아라'라는 말들이 제일 필요했던 그리고 그런 말들을 제일 많이 듣게 생겨먹은 학생, 애였다.


그래서 돈이 없는 것도 둘째 치고, 내가 남들 하라는 공부도 안 하고 뭔 이상한 C언어를 공부하고 싶다고 말하는 게 정말 부끄러웠고, 잘못인 거 같았고, 얘기했다가 놀림이나 받으며 부모님께 혼날 것 같았다.


그렇게 일주일은 고민만 했었던 것 같다.

근데, 정말 정말 용기를 내서 다시 집 앞 서점에 가서 그 책을 구매를 하였다.

정말 비쌌지만, 정말 부끄러웠지만 구매했다.


서점에서 집까지 5분 정도. 신호등 하나를 건너야 하는데 신호등이 최대 길면 2분 30초까지 길어졌기에, 나는 집에 가는 약 7분 30초 동안 설렘과 책을 가슴품에 끌어안고 배시시 웃었다.


그때 웃었던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었던 것 같다.


게임밖에 안 하고 배움이라고는 1도 없던 생각 없는 애가 처음으로 해보고 싶었던 게 생겼다.

살면서 책을 내 돈 주고 구매를 해본 적 없는 애가 처음으로 혼자 서점에서 책을 골라 책을 구매했다.

(부끄럽고 낯을 많이 가려서 혼자 어디를 잘 못 가는 성격이었다.)

'C언어란 무엇이길래 그렇게 돈을 많이 벌게 해 주는 걸까 라는 호기심과 나도 이제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다'라는 희망 등등의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집에 가서 얼른 책을 펼쳐보아야지라고 생각하던 그때, 까먹고 있던 집에 아빠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빠는 내가 어릴 때부터 회사를 다니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만 뭐 중간에 회사가 망해서 아빠도 그만둔 건지 잘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본 아빠는 일을 다니던 날보다 집에서 누워서 핸드폰 하던 날이 더 많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 책을 집에 가서 몰래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심지어 나는 동생이랑 같은 방을 쓰고 있었기에, 동생한테라도 들키면 소문이 퍼져 부모님도 알게 될 것이고, 동생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동생도 나를 깔보고 무시하고 놀릴 것만 같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려고 집 앞 놀이터 미끄럼틀에 혼자 앉아서 고민을 했다.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정말 아까의 기분과는 정반대로 우울해졌다.

나는 어릴 적부터 불행하다고 생각을 많이 했었고 우리 집 상황이 그리고 나 자신이 나아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였는데, 책을 구매했을 때는 잠시 잊어 행복했고, 다시 현실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고민한 결과는 지금 보면 어이가 없었다.

매일 몇 시간씩 놀이터에 나와서 공부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결론적으로는 얼마 못 갔지만)

그래서 '오늘부터 공부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쳐서 보기 시작했다.


10일 안에 끝낼 수 있게 스케줄도 짜여 있었기 때문에, 10번만 놀이터에 나오면 C언어를 다 배울 수 있을 테니 그때부터는 돈을 벌면 된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챕터 1을 펼쳤다. 개발 환경 세팅을 하고 Hello World를 출력하는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몸에 소름이 끼쳤다.

당연히 처음 보는 것이니까 환경세팅이라는 게 무엇인지, 이 이상한 글자들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바보 같아 보이겠지만 C언어를 컴퓨터로 해야 하는 건지 몰랐었다. C언어를 배우려면 컴퓨터가 필요했었다. 우리 집엔 컴퓨터가 없는데.


하지만, 내가 소름이 끼친 건 그런 부분들이 아니었다.

나는 아직까지도 내가 아는 표현 그리고 들어본 글자에서 그때 기분을 표현할만한 단어, 문장을 찾지 못했다.


나는 그 책에 적혀있는 코드를 처음 보자마자 한눈에 반했었다.

이런 게 있는지 몰랐고, 이게 왜 이렇게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멋지고 아름다웠다.

글자만으로 컴퓨터에서 화면이 나오고 내가 작성한 글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출력이 된다는 게 놀라웠다.

문장 구조가 신기했다. 윈도 경로를 표시하는 기호가 신기했다. 너무 궁금했다.


정말 아직까지도 그때 말고는 그러한 기분,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데, 그 책을 보았을 때는 세상이 파래졌다.

머리에 '너는 이제 개발자를 해야 해'라고 입력된 기분이었다. 내 미래이자 꿈이 결정되었다.

15년 동안 길이 없다고 생각하고, 암울했던 나에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준 것만 같았다.

우울한 게 사라졌었다. 빨리 10일 동안 놀이터에 나와서 공부를 하고 싶었다. 아니 지금 당장 공부를 미친듯이 하고 싶었다.


대충 훑어보고 집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약 1시간 동안 집 앞 미끄럼틀에서 쭈그려 앉아 실실 웃으며 책을 막 훑어보던 그때의 내가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는 15살에 개발자가 되어버렸다.



[15살에 최초로 구매한 책이자 첫 개발 서적, 지금도 무기력해질 때 이 책을 종종 찾아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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