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책을 읽다가
7살 딸 아이는 매일 숙제가 있다.
책 읽고 독서 활동하는 것.
한글을 이제야 조금씩 읽곤 하는데, 여전히 책 읽어주는 것은 내 담당이다.
아빠도, 오빠도, 할머니도 있는데 꼭 나는 영광스럽게도 지목을 당한다.
사명 감당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책장을 넘겼다.
연극이나 음악단이 공연을 시작하기 전처럼 1-2초 정도의 정적이 흐른 후,
한 톤 높은 목소리와 큰 액션으로 열정적인 책읽기가 시작되었다.
책장 넘기기까지가 멀어서 그렇지 한 번 넘기면 끝장을 봐야 한다.
처음엔 아기 북극곰이 넘 귀여워서 예쁘다고 막 본다.
그러나 북극곰이 바다 표범을 먹이로 먹는다는 장면에서는 무서워한다.
"엄마, 바다 표범이 불쌍해. 이렇게 예쁜데."
바다 표범의 표정이 귀엽긴 했다. 그런데 대문자 T인 엄마...
바다 표범의 입장을 생각해 주었구나, 하고 공감해 주어야 하는데,
"너도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먹는데?"
"....."
그렇지, 이 상황에서 딸램이 할 말이 없지.
동심을 파괴한 것 같아 멋쩍은 웃음만 나왔다.
"오리고기도?"
딸이 성숙한 것인지, 마음을 잘 헤아려서인지 어쨌거나 이 대화를 이어갔다.
"응, 그러겠지? 북극곰도 배가 부르면 먹지 않을 거야. 우리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먹는 것처럼 북극곰도 살려고 먹는 거야. 그런데 북극에 빙하가 녹아서 먹을 것이 점점 사라지고, 심지어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뒤지기까지 한대."
"속상해."
빙하가 녹아서 북극곰 살 집이 없어진다는 것이 속상한 F 감성 우리 딸램,
배려가 참 많은 아이라는 것을 은근 자랑하며, 오늘의 기억을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