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이 없음이 낯설기만 한
나는 늘 일이 많은 편이다.
주어진 업무에, 챙길 가족들도 아이들 둘과 남편, 그 외의 만남에서도 늘 챙기는 입장이다.
나 하나 간수도 못하는데, 왜 이 일을 몇 년 째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문자 T에 가까운 나인데, 누군가를 위로하고 공감하는 것이 어려웠던 나인데
이 일도 5년 넘어가니 패션 T라나... F 감성 조금 뒤집어 쓰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수업 준비할 것도 없고, 가방 무겁다고 책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런데 일하기 전까지 한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다.
무얼할까, 무얼할까. 아까 다 보지 못했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볼까.
그도 내키지 않아 음악 들으며 멍 때리고 있는데,
시계 숫자 바뀌는 텀이 이렇게도 길었나. 1분이 왜 이렇게 늦게 가는지.
그래, 글을 쓰자 해서 브런치를 열었는데,
그간 케케묵은 소재들은 이미 사장되어 있고, 쓸 만한 이야기가 없다.
문득 놀란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질문이 없었다.
주어진 일에만 너무 몰두했을까. 내가 무엇을 느끼고,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잠시 놓치고 산 것 아니냐는 '새삼'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거창한 사람은 아니어서 남에게 큰 도움은 안 되지만,
적어도 누군가에게 위로 건넬 수 있을 만한 사람인데
정작 나에게는 이렇게 홀대하고 있었나, 라는 생각에 시간이 멈춘 느낌이다.
(오, 이런.. 나 갱년기 아니야?)
카페 창밖의 차들은 쉴 새 없이 지나가고
카페 안의 사람들 수다에 북적거리는데
정작 내 머릿속은 고요함이 머문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야.
바쁘다 보면 또 다시 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한 번 쯤 뒤돌아보고 싶다고. 그러려고 애쓰고 있다고
'조금만, 조금만 더'라는 무책임한 말만 남기고
지금은 자리를 정리해야겠다.
그렇다고 결코 우울감에 정복될 만한 멘탈은 아니라 바락 우겨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