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by 수혁


버스 안에서
책 읽던 사내 문득
그리운 듯이
창 멀리 겨울 산을
가만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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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통화하는 사람, 안대까지 쓰고서 시끄럽게 코를 고는 사람, 일행과 떠드는 사람, 그런 해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남자는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통로 쪽으로 비스듬히 어깨를 빼고서, 그것으로 이 버스에서 벗어난 것처럼, 홀로 자유로웠습니다. 나는 그를 따라갔습니다. 그의 눈동자가 천천히 글줄을 훔치는 걸 보았습니다. 이윽고 고개를 든 그가 시선을 보냈습니다. 창밖 멀리에 눈 덮인 산이 희미한 듯 있었습니다. 나는 그가 무슨 생각 중인지를 상상하다 꿈을 꾸었습니다. 떠나온 땅의 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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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Kilian Seiler

(https://unsplash.com/ko/@kilianf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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