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잠들기: 예술의 섬 나오시마, 베네세 하우스

예술 접목 하우스에서 하룻밤 보내기 가이드

by 엔PD

도쿄 잡지사 다니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인데요,

오늘 소개해드리고픈 곳은 예술의 섬, 나오시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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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 하나가 예술로 살아가는 곳, 일본 세토 내해의 나오시마. 이 조용한 섬은 그 자체로 하나의 미술관입니다. 물결에 부서지는 햇살, 느리게 흐르는 시간. 그 속에서 예술은 멈추지 않고 살아 움직입니다.

나오시마는 단지 작품을 보기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이곳에서는 예술과 함께 숨 쉬고, 잠들고, 아침을 맞이합니다. 예술이 일상이 되는 경험. 그 감각은 이 섬에 발을 들이는 순간 시작됩니다.

섬의 중심에는 '베네세 하우스'가 있습니다.

이름처럼 예술과 삶이 합쳐진 집입니다. 박물관, 호텔, 조각 공원. 이 세 가지가 하나로 엮인 곳입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은 고요하지만 단단한 울림을 전합니다. 콘크리트는 빛을 안고, 바다는 창이 되어 작품을 감쌉니다.


베네세 하우스에는 네 가지 숙소가 있는데요,

뮤지엄 — 예술 속에서 잠들다

실제로 미술관 안에 있는 방입니다. 밤이 되어 관람객이 떠나면, 이곳은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됩니다. 발소리 하나 없이 비어 있는 복도를 걷다 보면, 마치 작품이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객실 벽에는 솔 르윗과 사이 톰블리의 작품이 걸려 있기도 합니다. 잠들기 전, 예술과 마주하는 마지막 시선. 그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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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벌 — 하늘과 바다 사이

언덕 위 타원형 건물.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는 여정부터가 이색적입니다. 중앙에는 하늘을 품은 수영장이 있고, 객실에서는 세토 내해의 일몰이 붉게 번집니다. 객실은 단 여섯. 그만큼 고요하며, 이곳 베네세 하우스의 상징과도 같은 곳입니다. 오벌 라운지에서는 유럽식 아침 식사와 책, 음악이 함께합니다. 예술보다 느리게, 자연보다 깊게 하루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파크 — 바다와 잔디 사이

가장 자연과 가까운 숙소. 푸른 잔디, 낮은 건물, 그리고 바다. 안도 타다오가 드물게 설계한 목조 건축이 이곳에 있습니다. 외관은 단정하지만, 창 너머 바다는 한없이 펼쳐집니다. 산책로 옆으로는 조각 작품이 놓여 있고, 밤에는 별이 언뜻언뜻 비칩니다. 자연과 예술이 서로를 해치지 않고 조용히 겹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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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 — 물결 위 아침

파도가 창틀까지 다가옵니다. 창문을 열면, 바다 냄새가 먼저 들어옵니다. 밝은 테라스, 탁 트인 시야, 전 객실 스위트. 아이들과 함께해도 좋고, 조용히 사색을 즐기기에도 충분합니다. 예술을 감상하는 하루를 보낸 후, 이곳에서는 바다와 함께 쉼을 누릴 수 있습니다.


베네세 하우스에 머문다는 건, 단순한 숙박 경험 이상이었는데요, 예술을 사랑하신다면 인생에서 꼭 한 번쯤 추천 드립니다.

해가 진 뒤 조용해진 섬을 걷고, 문 닫힌 미술관을 산책하며, 어둠 속에서 빛나는 조각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곳이 왜 예술섬으로 불리는지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미술관에서는 사이 톰블리, 장 미셸 바스키아, 이브 클라인, 프랭크 스텔라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색감은 이 섬의 햇살과 어울리고, 제니퍼 바틀릿의 설치 작업을 보니 걸음이 절로 멈추었습니다. 작품은 바뀌지만, 섬이 주는 인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의 식사는 작품처럼 정갈합니다. 테라스 레스토랑에서는 유리창 너머 바다를 보며 프렌치 요리를, 잇센에서는 세토우치의 재료로 빚은 가이세키를 즐길 수 있습니다. 가볍게 허기를 채우고 싶다면 뮤지엄 카페도 좋습니다.

파크와 오벌에는 전용 라운지도 있습니다. 조용한 음악, 아트북, 간단한 음료. 바깥의 예술이 실내까지 이어집니다.

가격은 계절과 숙소에 따라 다릅니다. 오벌의 경우, 비수기에는 80만 원대, 성수기에는 200만 원이 넘기도 합니다.

섬 하나가 미술관이 되는 기적 같은 곳,

나오시마 예술의 중심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예술을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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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서양 여행객에게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섬에는 우노항 또는 다카마쓰항에서 페리로 들어올 수 있고, 자전거나 마을버스를 이용하여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해가 지고 섬이 조용해지면, 작품들은 또 다른 표정을 짓습니다. 아무 말 없는 조각, 어둠 속에 숨은 색. 예술이란, 어쩌면 이런 순간에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오시마. 예술이 일상이고, 일상이 예술이 되는 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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