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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사무소김주사 Dec 28. 2018

동사무소 김주사입니다.

5년차 수험생에서 지방직 9급 공무원으로

대학교 3학년 때, 시민단체에서 시민법률 자원봉사자로 활동했었다. 시민단체라는 곳이 궁금한 마음도 있었지만 자원봉사 경력을 남겨 취업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었다. 신고 사례 중에 법률에 취약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갈취한 경우가 꽤 많았다. 내 일처럼 화가 나고 피해자들이 안쓰러웠다. 시작은 그랬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에 울분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사회적 약자들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자는 결심으로 공무원 시험 관련 서적을 살펴보며 관련 부처에 대해 알아보았다. 1년의 자원봉사가 끝나고 학교 고시반으로 돌아와 바로 공부를 시작했다.

고시반 선후배들은 사법고시나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시험이니깐 금방 붙겠지하는 교만한 마음으로 시작한 공무원 수험생 1년차의 결론은 당연히 불합격이었다. 그 뒤로도 낙방은 계속 되었다. 철저히 낮아져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준비를 거듭했던 5년차에 나는 합격했다. 7급이 아닌 9급에 합격하였고 국가직이 아닌 지방직 공무원이 되었다.


여러 번 고배를 마시며 오랜 세월 공부했던 고난의 시기를 거쳤기에 어느 지역이든 어느 자리든 감사한 마음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경기도에 있는 한 도시의 오래된 동네 주민센터에서 처음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일을 시작한 지 반년도 안되어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사실 나는 공직이 정기적인 급여를 받고 육아휴직에 정년까지 보장되는 직장이었기에 긴시간을 참아가며 인고의 세월을  바쳤던 것이다. 세상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공직사회가 어떤지 알지 못한 채 막연하게 좋은 쪽으로만 상상하면서 선택한 직업이었다. 불타는 정의감도, 공복(公僕)으로서의 각오도 없이 덜컥 뛰어들었다가 숱하게 견고한 자아가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지금부터 기록으로 남겨보려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보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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