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앞에 선 마음
쉰 살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7년간의 육아 휴직 후 다시 사회로 나온다는 것, 그리고 전문 면접관이라는 새로운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저에게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안겨주었습니다.
저는 1997년 컴퓨터 인재가 부족하던 시기, 운 좋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을 시작했고, 이후 애플까지 약 20년간 IT 업계에서 근무했습니다. 외국 회사에서만 일했던 저에게 공공기관 면접관이라는 새로운 세계는 미지의 영역과 같았습니다. '과연 나에게 맞는 길일까?',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민들이 저를 더욱 성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첫 면접을 마친 지금, 비록 작은 경험이지만 이제 막 전문 면접관의 길에 들어서려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이 글을 씁니다.
책 속에서 찾은 깨달음과 반성
면접관으로서의 역량을 기르기 위해 '면접관 마스터', '전문 면접관' 같은 책들을 읽으며 면접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배우려 노력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제가 이전에 회사에서 했던 면접들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깨달았고, 그래서 '폭탄 직원'이 회사에 들어왔던 것이라는 뼈아픈 반성도 했습니다.
하지만 책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이론과 지식만으로는 실전에서 잘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저는 더 실질적인 도움을 찾아 나섰습니다.
한국 면접관 협회, 저에게 길을 열어준 곳
다행히 한국 면접관 협회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전문 면접관 마스터 과정"은 기본적인 이론을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매달 열리는 마스터 포럼에 참석하여 선배 면접관들의 조언과 팁을 들었습니다. 스터디 모임에도 꾸준히 참여했지만, 여전히 안개 속에 갇힌 듯 현장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함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은 바로 "마스터 트레이닝 과정"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진행되는 이 과정에서 서류 심사, 면접 시뮬레이션 등을 직접 실습하면서 면접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직무에 대한 롤플레이를 통해 면접관과 지원자의 입장을 모두 경험하며, 저는 저의 부족한 점을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특히, 너무 긴장해서 지원자의 답변이나 동료 면접관의 질문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습인데도 그 정도였으니 실제라면 어땠을까요? 면접 위원장 역할까지 연습하며 하루 종일 많은 것을 배우고 실습했습니다. 이 교육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 전문 면접관으로 첫 면접을 시도조차 못 했을 겁니다.
과정을 수료한 후에는 강사분들이 프로필 리뷰를 해주셔서 완성된 프로필과 저만의 명함까지 갖추며 정식으로 전문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그때의 뿌듯함과 설렘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첫 면접을 위한 실전 준비, AI와 함께
드디어 첫 면접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면접일자와 채용기관 정보만 주어진 상태에서 실전 준비에 돌입해야 했습니다. 채용 기관 홈페이지에서 채용 공고와 직무기술서를 찾아 직무 정보를 수집하고, 과거 유사 채용 내용을 검색하며 기본적인 이해를 다졌습니다.
특히, 저는 생성형 AI(Perplexity, ChatGP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고, 약 200여 개의 질문지를 만들고 다듬어 최종적으로 평가 항목당 5개 정도의 질문을 완성했습니다. 또한, 선배님들의 조언과 기존 교육 복습을 통해 면접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을 대비하며 시뮬레이션을 준비했습니다.
전문 면접관으로서 어떤 것을 연습해야 할지 고민한 결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질문 연습, 둘째는 면접관으로서의 태도 연습이었습니다. 태도 연습은 거울을 보며 연습했지만, 질문 연습은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AI에게 지원자의 역할을 부여하고, 저의 질문에 답변하도록 한 뒤, 저는 AI의 답변을 들으며 후속 질문을 연습했습니다.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질문하는 연습, 그리고 마스터 트레이닝 과정에서 겪었던 '잘 들리지 않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주의 깊게 경청하고 메모하는 훈련도 했습니다. AI의 답변을 놓치지 않고, 다른 면접관의 질문과 겹치지 않도록 연습했습니다. 또한, 제가 만든 역량 평가 질문들이 입에 잘 붙도록 반복해서 연습했고, 지원자의 경험과 역량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후속 질문도 AI와 주고받으며 훈련했습니다.
하나의 질문 사이클이 끝나면 AI에게 피드백을 요청하여 저의 질문과 면접 진행이 적절했는지 점검하고 개선점을 찾아냈습니다. 다양한 지원자 유형(경험이 풍부한 지원자, 전문성이 부족한 지원자 등)을 AI에게 부여하여 폭넓은 상황에 대비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러한 반복적인 훈련 덕분에 저는 첫 면접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공감 면접의 힘을 실감하다
지난 면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지원자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기소개도 움츠러든 태도로 시작했지만, 면접이 진행될수록 본인의 역량을 굉장히 잘 표출하며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면접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만약 제가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면, 과연 그 지원자가 자신의 역량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었을까요? 다행히 한국 면접관 협회에서 배운 대로 면접 분위기를 망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부드러운 미소와 긍정의 끄덕임으로 신뢰를 형성하고, 잘 경청하며 자연스럽고 적합한 질문으로 지원자의 역량을 이끌어내고 공감할 수 있다면, 우리는 성공적인 공감 면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공감 면접을 통해 기관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발굴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면접을 통해 현장에서 직접 체험했습니다.
마치며
첫 면접을 마친 지금, 저는 여전히 배우고 성장해야 할 것이 많은 초보 면접관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경험이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면접관으로서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준비와 교육, 그리고 지원자를 향한 진정한 관심과 배려가 있다면 우리는 모두 좋은 면접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면접관들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인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가슴으로 다가왔던 한 문구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면접 현장의 주인공은 지원자들이지만, 면접의 성패를 결정하는 사람들은 면접관들이다.
이 말의 무게를 이제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모두 좋은 면접관이 되어, 진정한 인재를 발굴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