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린 뒤 하늘은
비가 내린 다음날
저녁 11시 즈음 산책을 나가요.
드문드문 지나가는 사람들에 내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
커다란 후드를 뒤집어쓴 채 예요.
작은 동네임에도 서울은 여전히 밝네요.
손이 점점 차가워져요.
따뜻한 무언가를 쥐고 싶어요.
그러나 11시 즈음 내게 따뜻한 무언가를 줄 가게는
이미 문을 굳게 닫았네요.
저녁 11시 30분.
작은 공원에 도착했어요.
우리가 처음 만난 그 공원이네요.
우리가 처음 앉았던 벤치에 괜히 혼자 앉아봐요.
숨기려 했던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요.
따뜻한 눈물이 차갑게 말라붙었어요.
표정을 짓기 힘들 정도로 추운 날이에요.
당신의 손은 너무 따뜻한데
내 옆에는, 내 손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자정이네요.
이젠 이 공원에 나뿐이에요.
서울 하늘에 박혀있는 저 별들하고 나뿐이에요.
어제 비가 와서 다행이에요.
별이라도 나와 있어 주어 다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