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킥보더의 고민

by 엔지니어 박씨

한강공원에 가깝게 사는 건 여러모로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통화를 할 때 편하게 산책을 할 수 있고 기분이 꿀꿀한 날은 편의점 라면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소중한 사람과 기분 전환을 할 수도 있다. 또, 퇴근 후 달리기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 지금 사는 지역으로 이사 온 이후 줄곧 나에게 한강은 여유가 넘치고 에너지를 받는 공간이었다.


경기도 외곽지역에서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6년쯤 되어가던 무렵 먼저 새로운 직장으로 훌쩍 떠났던 동기를 통해 강남에 위치한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다. 정말 친구 따라 강남을 가게 된 것이다. 새로운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찼던 강남 직장 생활은 기대만큼의 즐거움을 주었다.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반복되는 출퇴근 지옥철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특히 나에게 제일 스트레스였던 건 무질서였다. 우리 사회의 수준 높은 공공질서 준수 의식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환승구간 대기줄에서 일어나는 새치기는 정말 참을 수 없는 스트레스였다.


새로운 직장에서 1년이 넘어가던 무렵 기존에 하던 업무와는 다른 신규 업무를 맡게 되었다. 자연스레 새로운 시니어 분과 일하게 되었다. 출퇴근을 전기자전거로 하시는 시니어 분의 제공으로 운 좋게 전동 킥보드를 장기 대여하게 되었고 동시에 지옥철도 탈출하게 되었다. 반면, 출퇴근 킥보더로서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었다.



누군가에게 한강은 삶의 원동력을 회복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에겐 죽음을 실행하는 장소 중 하나이다. 한강 투신자살은 우리 사회에서 낯선 용어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장소로 한강을 선택했고 앞으로도 또 많은 사람들이 한강을 선택할 것이다. 한강 투신은 어쩌면 더 이상 낯설 것도 없는 현상이 되어 그 문제의식도 잃게 해 버린 것만 같다.


투신자를 찾는 해경의 수색보트와 대기 중인 응급구조차량을 보면 누군가 투신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7년 가까이 이 지역에 살며 여럿 봐왔던 모습이다. 그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빨리 투신자를 찾길 기원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안타까운 모습이 이전보다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 같다. 이틀 전쯤의 퇴근길에서도, 지방에서 올라오던 지난주 주말에도 수색현장을 목격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최근 반년동안 수색현장을 부쩍 더 보게 되는 것 같다. 수색현장을 지나치게 되면 마음이 좋지 않다. 저성장, 빈부격차, 사회안전망 붕괴 등등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의 단적이며 극단적인 결과물을 내 눈앞에서 보는 것만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


자살에 대한 가치판단은 다양하다. 또 투신자 구조가 궁극적으로 그의 삶을 긍정적으로 만든다고 확신하질 못하겠다. 하지만 한 생명을, 너무나도 소중한 생명을 구할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는 공학적 방법을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니와 많은 철학적, 실질적 고민들을 필요로 하기에 브런치를 시작해 본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는 대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끝없는 과제와 시험 속에서 소위 "현타"가 자주 왔었다. 공학을 전공해서는 아픈 사람을 살리는 의사나 사회의 부조리를 밝혀내는 기자처럼 세상의 현실적 문제에 단 한걸음도 다가가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때에 나는 그깟 수학 공식, 공학 지식 쌓는 것보다 우리 현실 사회가 맞닿아 있는 문제에 치열하게 부딪혀보고 해결해 나가고 싶었고 공학으론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엔지니어로서 직장생활을 하며 부족하지만 내 영역에 기술이 쌓이니 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들을 희미하게 알 것만도 같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며 더 이상 마음만 아파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그 희미함의 영역을 밝혀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 "세상에 이로운 기술을 하는 기술자"가 되길 기원하며 첫 글을 마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