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쓰이지 않는 글

by 늘보

누에도 제 몸뚱이 뉘일 집을 짓고

까치도 제 알 품을 집을 짓는데

나는 내 영혼 쉴 글 집 하나 짓지 못한다.


결코 쉽게 쓰지 못했을 윤동주의 시에서 아픔을 읽고,

결코 쉽게 쓰이지 않는 나의 글에서 좌절을 맛본다.


평생 뽕잎을 먹으며 그날을 기다렸을 누에

종일 마른 가지를 주으며 집을 지었을 까치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절실했나.

제 몸길이 만배 되는 긴긴 실을 뽑고

견고히 쌓기 위해 수십 번 나뭇가지를 떨구듯이

나도 수많은 담금질을 거치고 나면

부끄럽지 않은 글 하나 내어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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