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목표에 압도당하지 않기
어릴 적 즐겨하던 놀이 중에
‘점잇기(Dot to dot)’이라는 놀이가 있다.
숫자가 적인 점을 순서대로 연결하다 보면
어느새 멋진 그림이 완성되어,
그림에는 소질이 없는 나 같은 사람도
근사한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그런 그림을 그리라고 했다면
백지가 주는 중압감에 눌려
점 하나조차 찍지 못했을 것이다.
매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세우는 계획 중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체중감량이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다.
적정체중과는 너무 멀어진 숫자가
체중계에 찍힐 때마다
매번 목표달성에 실패하는 나 자신이 밉다.
나는 의지박약인 걸까.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맞다.
어제와 똑같이 먹고,
똑같이 소파와 한 몸인 채로 살았으면서
변화가 있기를 바라다니
아인슈타인이 봤다면 혀를 끌끌 찰 노릇이다.
매년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목표를 단순히 '체중감량하기'와 같이
뜬구름 잡듯 설정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는 나의 의지박약을 위해
단순히 따라갈 수 있는 발 앞의 '점'들을 찍기로 했다.
월수금은 무조건 헬스장에 갈 것.
자기 전에 운동복을 입고 잘 것.
세수 후 바로 선크림까지 바를 것.
나갈 때까지 ‘절대로’ 엉덩이를 소파에 붙이지 말 것.
그리고 헬스장은 딱 한 달씩만 끊을 것.
끊어놓고 가지 않으면 어쩌지.
아침에 일찍 못 일어나면 어쩌지.
또 쉽게 포기하면 어쩌지.
따위의 생각에 압도당해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결제를 할까 말까 고민만 한다면
내년의 목표는 또다시
'체중감량하기'가 될 것이 뻔하다.
점과 점을 연결하듯
그냥 헬스장을 결제하고
그냥 일찍 일어나서
그냥 걸어나가
그냥 운동해야 한다.
날씬하고 건강한 몸이라는 거대한 그림은
잠시 접어두고
단순히 순서에 따라
눈앞의 점을 이어가는 것이다.
건너야 할 강의 너비가 거대하다면,
건너편 도착지에서 시선을 돌려
눈앞에 있는 징검다리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딱 한 발짝씩만 떼는 것이다.
느리다고 조급할 필요는 없다.
발을 떼지 않았다면
아예 도착하지 못했을 테니까.
올해 나의 목표는 거창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점들을 순서대로 이어나가는 것이다.
또다시 많은 잡념들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깨울 때마다
한 걸음씩만 다음 점으로 나아가야겠다.
그 걸음걸음이 모여 나를 어제와 다른 곳으로 데려다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