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완벽주의'
사주에 박혀있는
나에 대한 설명이다.
예전에는 말이나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했지만,
요즘은 시대가 변했다.
행동이 빠른 사람이
실행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사주에 나온 대로 나는 생각이 많다.
그리고 엉덩이는 무겁다.
육체적 엉덩이도 무겁지만,
마음의 엉덩이도 만만치 않다.
좋은 말로는 신중한 것이지만
사실은 겁이 많은 것에 가깝다.
결정장애가 아이덴티티가 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뭔가 고르거나 결정하는 것이다.
이걸 골랐는데 저게 더 좋으면 어쩌지?
나중에 후회하면 어쩌지?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갈팡질팡 시간만 보낸다.
결국, 놓쳐버린 기회에 대한 후회가
가장 크다.
기회 앞에 망설였던 건
항상 최선의 선택만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정말 오만했던 생각이었다.
내가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장 알맞은 정답이 딱 한 개뿐이라고
생각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차선이 어려우면 뭐라도 했어야 했다.
어떤 선택이든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빨리 인정했어야 했다.
그리고
날아가는 시간의 한 점에
쐐기를 박아 넣고 쏜살같은 시간에 올라 타
함께 흘렀어야 했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고 보낸 시간은
손가락 사이로 바람처럼 빠져나가
텅 빈 수레로 돌아왔다.
같은 시간을 살아도
실행력에 따라
인생의 경험치가 달라진다.
지금 내 인생이 겨울 나뭇가지처럼
앙상하다고 느껴지는 건
지난 세월 동안 고민의 늪에 빠져
허우적 댔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차피 시간은 흐르고
나는 그 시간열차에
무엇이든 열심히 태워야 한다.
풍요로운 나무를 만나려면
고민을 끝내고 저질러야 한다.
생각은 깊게.
고민은 짧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