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픈 곳에 대해 쓰려고 하면
자판에서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에 생채기가 나거나
자존감이 떨어질 때면
어김없이 깨어나
머릿속을 헤집어놓으며
끊임없이 나를 헐뜯는 목소리들.
무엇을 그리려면
그것을 보아야 하고
사진을 찍으려면
그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듯
상처를 써 내려가려면
그 하나하나를 복기해야 한다.
깊은 곳에 묻어둔
아픔을 꺼내는 일은
지하 던전에 잠든 용을 깨워
다시 불을 뿜으며 날아다니는 것을
허락해야 하는 일.
그럼에도 나의 손가락은
매일 던전 앞을 서성인다.
빗장을 풀어
내 안을 할퀴던 용을
멀리 날려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묻어두는 것은
잠시 외면하는 것일 뿐,
진정한 치유가 아님을 알기에
이제 용기를 내서
나의 상처와 마주할 시간.
글자 하나하나에 눌러 담아
멀리 날려 보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