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국을 끓여 먹다

by 인해 한광일


아내와 함께 시장에서
콩나물 한 움큼 샀다


우리들은
물먹었다고 절망하거나
누굴 물먹이냐며 성도 내지만


콩나물은 정작
물만 먹고도
싱싱하게 잘 자랐다

잎새도 가지도 없이
기다란 흰 몸뚱이 하나가
노란 대가리 하나 치켜들며

들 잘도 자랐다

저녁상에 끓여 올라 온
콩나물국으로도
어금니 사이에서


대가리든 몸뚱이든
으석으석 부서지면서도
콩나물은 끝끝내
명랑을 잃지 않는다

더러 콩나물처럼

씹히기도 하는 인생

나도 끝내

명랑을 잃지 않아볼까

생각도 해보곤 하지만


결국

쓴 잔을 기울이고 나서

콩나물 국물이나 마셔야


쓴 속이 풀려

흰소리 한마디 쯤으로라도

명랑을 가장할 수 있게 되곤 한다


콩나물이 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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