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달임

솥뚜껑의 주권

by 인해 한광일

(올해도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나는

스스로 더위를

떼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침부터

말매미가 풀무질을 해대어

태양이 점점 더 이글거리는

하늘 아래서


노모가 무쇠솥을 씻어

닷 되쯤의 물을 퍼붓고 허리를 펴자

닷 근쯤의 태양이 텀벙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버둥거린다


미리부터

찹쌀 밤 대추 삼 등을

꼭꼭 여며 넣어 가지런히 준비한

생닭들 물에 푹 잠기도록

잘 뉘여 넣고

무쇠 솥뚜껑을 덮는다


웬만해선 울음 그치지 않는

여름 대낮의 진저리나는 매미 소리에 곤욕을 치르면서

어머니는 마른 장작에

해바라기 꽃잎 같이 무성한 불꽃을

새노랗게 일구셨다


어정쩡 섰는 사위, 며느리들의 눈길 속에서

드디어 여름보다 뜨거운 가마솥 뚜껑이 열리고

시골 살림을 어쩌지 못하던 서울내기들도

이번엔 주춤주춤 다가와 냉면 그릇만한 사발에

무럭무럭 피어나는 김을 헤치며 닭들을 건져낸다

벌써부터 남자들은 어머니의 밥상에 둘러앉아 있고

다들 모여 들어 한낮보다 뜨거운 삼계탕을 받아든다


삼복 하늘에 태양이 이글거리는가

매미소리가 귀청을 때리는가

모든 감각이 미각과 뜨거운 김에 잊혀지고

주체할 수 없이 땀을 흘리다가도

서로들 눈 마주치면 기름진 흰 이로 웃으며

닭다리를 더 크게 물어 뜯는다


땀에 전신을 완벽히 적시고 나서야

뼈다귀를 놓고 밥상에서 물러나면서

복날 불볕 바람이 외려 시원하다며

호들갑들이다


그냥 개울가 토종닭 요리집엘 가자는 열 입을

늙은 손사래로 물리치시던 어머니는

손주들 뼈다귀 그릇에서 고기 점이나 수습하면서도

비로소 자신의 뜨거운 점심으로

복숭아처럼 잘 익혀 놓은 얼굴들이 좋아

거 봐란 듯 빙그레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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