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기다린다면
나무들만큼은
기다려 봐야지
들녘에
길가에
그저 우두커니 서 있는 줄 아는
저 나무들
집 나온 지
수십 년은 되었을 거야
눈 밝은 낮엔 저렇게
발아래 검은 보따리 내려놓고
왜 아니 올까, 약속한 님은?
어디만큼 왔을까, 야속한 님은?
번잡한 생각 떨치느라
우수수 치머릴 떨기도 하지만
밤이면 다시
검은 보따리 들쳐 이고
가자, 어서 가자. 숲으로 가자.
떠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달의 손목을 부여잡고
안달을 하지
결국
새벽이면 또
나무들은
한 발짝도 못 떠난 채
처진 어깨로 시름에 젖어
우두망찰 넋 나간 채 울음을 참지
그의 손목을 놓치고 떠날 수 없어
다시 발밑에
검은 보따리를 내려놓고
한 번도 그의 이름을 발설한 적 없는
그를 찾아 두리번대며 한낮을 지내는 거지
그렇게 다시
수십 년을 기다려 보는 거지
누굴 기다린다면
나무들만큼은 기다려 보는 거지
말면 말겠지만
기다린다면
사랑 한 번 오지게
기다려 보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