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로부터의 귀가

by 인해 한광일


모든 일요일처럼

오늘도 차들이 기어서
저속도로 됐다

두 시간이면 도착할 걸
네 시간 반이나 걸린 차에게

왜 그리 오래 걸렸느냐

도리어 혼내는 것도 아니고

미안하다 사과는커녕

에누리 한 푼 없이

통행요금이 징수되었다


고속도로를 저속도로로 기어 온 것도

불컥 성질이 올라오는 걸

그래도 어둡기 전에 도착한 게

어디냐며 눌러 참았다

그게 건강에 좋다는 아내의 말에

그게 건강에 좋을까 하는 생각이

뒤통수에 매달려 펄럭거렸다


어서옵쇼!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땅거미가 내려앉는 시내로 들어서자
허리를 90도로 꺾은 가로등이

도로 양쪽으로 도열해 서서

밝은 얼굴로 맞아준다


누굴

부하로 거느려 본 적 없는 나는

순종적인 가로등의 밝은 표정 만으로도

고급 음식점 종업원의 환대라도 받는 듯

기분 좋게 마음이 풀어지고 만다

(이런 걸 보고 아내는 내가

조금만 잘해 줘도 헬렐레한다는 걸 거다)


고맙다, 가로등

응? 뭐라고?

아냐, 아무것도

아내에게 맥락 없는 말을 쏟아 놓곤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에 맞춰

은하수 아파트 쪽으로

200그램쯤 가벼워진 마음으로

부드럽게 핸들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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