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과 개망초

by 인해 한광일


재개발이 임박한

폐허의 도시 모퉁이에

가로등 하나 기우뚱 서있다

천만다행으로

밤이면 아직 꽃이 핀다

아직도 이사하지 못한 몇몇 걸음이

가로등 불빛 눌러 밟으며

터덕터덕 되돌아온다

재개발이 임박한

낡은 도시의 모퉁이에

개망초들 잔뜩 시들었다

아직 다 늙지 않은

망초꽃 한 송이에서

늦은 이삿짐을 싸는

벌 한 마리


뭘 더 건질 게 없나

가다 말고 되돌아와

망초꽃 더듬더듬

헤집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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