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들에게 명상은
지하철을 타고난 다음부터 시작된다
오늘, 어제 그 시간의 그 지하철
어제의 얼굴을 새로 덮은 새 얼굴로도
어제의 피로가 시스루 화장 아래에 눌려 번져있다
종각이 가까울수록
사람들은 터질듯한 김밥의 밥알처럼
서로 짓눌려 섰지만 안남미처럼 점성이란 없다
용케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새벽 영업을 마친 셔터처럼 눈꺼풀을 내리고
명상 속에서 완벽한 어둠을 발견한다
시청에서 지하철은 다시
더 이상의 공간이 없을 듯한 전차에
막대로 순대에 소를 쑤셔 넣듯
승객들을 욱여 넣는다
신도림역
명상에 잠겼던 사람들이 지하철 출입문이 열리지 마자
기가 막히게 수련을 마치고 몸을 일으킨다
사람들이 터진 전차 옆구리에서
과충전된 밥알처럼 비어져 나온다
비는가 했더니 다시 그만큼 채워진다
어쨌거나
역앞 신호등에서 인파는
보이지 않는 제방에 막힌 듯 정체되었다가
터진 둑의 물살처럼 도로 위로 쏟아진다
인파가
골목으로, 건물로 안개처럼 분산되는 동안
도로를 유영하던
참치 같은 버스 너댓 마리도
이제 막 정류장에 고인 승객들을
호르륵 멸치 삼키듯 삼키고
꽁무니를 뺀다
지하도에서 꾸역꾸역 역류하는 사람들과
뒤이어 도착한 지하철로,
계단을 토사처럼 쏟아져 내리는 사람들을
빨간불로, 빨간불 점멸로 막아 서고 있지만
긴 출근길 참고 참았던
사람들의 방광이 터지기 직전
교차로 신호등은 그제야
역앞 교차로의 터질듯한 봇물을 터뜨릴 것이다
*안남미 :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산 쌀을 일컫는, 찰기가 전혀 없는 장립종 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