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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독기 Sep 08. 2021

이 사실을 회사에 알려야 할까?

수험공부한다는 걸 직장에 알렸을 때의 장단점

수험공부를 시작하려는 직장인분들로부터 '공부한다는 사실을 회사에 알리는 것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아마도 직장인 신분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처음이라 꽤 어려운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을 회사에 알리는 것이 유리한지 불리한지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장기간 이 시험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어떤 해는 공부 사실을 숨기기도 했고, 또 어떤 해는 공개적으로 공부 사실을 알린 적도 있습니다. 둘 다 경험해 본 입장에서 공개/비공개의 장단점에 대해 말씀드려보려 합니다.


공부하는 것을 왜 숨기고 싶을까?


일단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직장인들이 자기계발을 위해 자격증을 공부하는 것은 근래의 일은 아닙니다. 벌서 십수 년 전부터 '샐러던트'라는 용어가 유행하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그 배경에는 금융위기 이후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이 되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어떤 시대적 사조가 있었습니다. 직장이 더 이상 나의 안정적인 버팀목이 될 수 없다는 냉혹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스스로의 자기계발을 통해 생존 능력을 키우려는 목적에서 자격증 공부를 선택하는 샐러던트가 유행처럼 번진 것입니다.


따라서 '자격증 공부 = 회사에 전념하지 못한다는 증거'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위에 자격증 공부를 한다고 알렸을 때 어떤 사람은 "왜? 회사 나가게?"라며 비꼬듯 되묻기도 합니다. 회사에 도움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게 아니라 딴마음을 품고 공부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죠. 회사에 공부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은 이유도 바로 그런 편견을 의식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내가 공부한다는 사실을 회사와 동료가 알게 되면, '분명 나를 별로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게 될 거야'라는 식으로 말이죠. 좀 더 성격이 예민한 분들은 '내가 조그마한 실수를 하면 자격증 공부하느라 그런 거라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라는 고민을 하시기도 합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공부하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시험에서 막상 떨어지면 얼마나 쪽팔릴까'하고 염려하는 마음에서 회사에 숨기고 싶은 분들도 많습니다. 특히 저 같은 40대인 경우에는 뭔지 모를 '명예'가 실추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분도 계십니다. 당연히 주위에서 '그 나이에 자격증 따서 뭐하려고,, 회사일이나 열심히 해서 임원이 되는 게 더 빠르지'라는 소리를 듣기도 할 것입니다. 저 역시 주위에서 적지 않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실제로 공부한다는 걸 만 천하에 알리고, 심지어 건배사 조차 '노/무/사'라고 할 정도로 주위에 떠들어 댄 해가 있었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그 해에 저는 보기 좋게 시험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때를 생각해보면 절대 유쾌한 기억은 아닙니다. 저만큼이나 저를 응원했던 분들도 불합격 사실을 전해 듣고 저를 보는 걸 민망해서 불편해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살펴본 것처럼 자격증을 공부한다는 걸 회사에 알렸을 때, 염려되는 것은 바로 이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사실 성격이 무디거나 주변 사람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배짱 좋은 분들이라면 큰 문제는 안됩니다. 반면, 사회생활을 위해 작은 실수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섬세한 분들이라면 의식이 안될 수 없겠죠.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제가 추천드리는 것은 회사에 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주변의 시선은 '합격'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았을 때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됩니다.

나를 따가운 눈초리로 바라봤던 분들조차도 대단하다며 칭찬해주고, 진심으로 (부러움이 섞인) 축하를 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미운 오리 새끼가 갖은 구박을 받으면서도 나중에 백조가 되었을 때 주변 오리들로부터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것처럼 말이죠. 주변의 시선? 그것은 내 앞길에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회사에 알렸을 때 좋은 점은 또 있습니다.

바로 '배려'입니다. 정말 악덕한 상사가 아닌 이상, 정말 심성 고약한 동료가 아닌 이상 공부하는 부하/동료를 방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공부하느라 고생한다며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겠지요. 물론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면 더더욱 알려야 합니다. 업무시간 외에 공부를 한다는 것은 체력과 정신력을 매우 많이 소모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크든 작든,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업무시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경험을 해 보시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내가 업무시간 외에 공부를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야 이해를 구하기가 더 수월합니다. 회사 상사나 동료의 입장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이 친구 왜 이러지?'하고 오해할 수 있거든요. 차라리 나 퇴근하고 공부하느라 오늘 좀 피곤하다, 좀 정신이 없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예외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자격증을 공부할 때 회사로부터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기업은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독려하기 위해 복리후생의 일환으로 학원 수업 비용이나 교재비를 지원해주기도 하고, 일정 기간 휴직을 허용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전략 인재로 키우기 위해 합숙까지 시키며 공부를 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지요. 물론 일부 소수의 기업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 없지만, 각자 회사의 복리후생 및 교육제도를 잘 살펴서 공부하는데 최대한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활용하셔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내가 자격증을 공부한다는 사실을 회사에 꼭 알리시기 바랍니다. 비밀리에 공부해서 합격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겠지만, 거기에서 오는 남 모를 속앓이는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됩니다. 주변의 시선을 너무 연연하지 마세요. 생각보다 주위의 사람들은 나에게 별 관심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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