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조금 이상한 결심을 했다. 바로 글을 마무리 짓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글을 끝맺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하지 않겠다는 것.
번뜩 글감이 생각나 신나게 써내려가던 글도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을지 몰라 서랍에 넣어놓은 채 영영 꺼내보지 않거나 꾸역꾸역 같잖은 교훈이나 멋드러진 말로 글을 마무리하던 버릇을 버리기로 했다. 그렇게 꾸역꾸역 마무리한 지난 글들을 오랜만에 읽어보니 마치 덜 싼 똥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것마냥 여간 보기가 좋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글을 쓴 걸까. 마지막 문단을 통째로 날려버리니 미용실에서 막 머리를 깎은 소년처럼 산뜻해 보인다.
더이상 할 말이 없으면 그냥 거기에서 글을 끝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