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일차 초보 엄마의 일기

by 보들


오늘로 엄마가 된 지 36일차가 되었다.


벌써 한 달이 넘었건만 아직도 매순간 ‘내가 엄마라니…!’라는 놀라움에 휩싸인다.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제왕절개를 선택한 나는 척추 마취는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았다. 다만 연신 척추뼈를 눌러 바늘이 들어갈 자리를 찾는 마취과 의사의 신중한 손길에서 긴장감이 느껴졌을 뿐.


주사약이 들어가자 놀랍게도 수만 개의 바늘이 하체를 찌르는 느낌이 났다. 탄산수가 가득한 통에 들어간 것 같기도 하고 작은 철 이쑤시개가 빼곡한 통 안에 들어가있는 것 같기도 했다. 마취라고 해서 감각 자체가 사라지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감각이 살아나서 당황했다고나 할까. 이대로 살을 찢는다고? 그래도 아프지 않다고?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수술은 이미 시작되었다.


수술 전담의가 자리에 앉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배가 확 가벼워졌다. 중력에 의한 무게 변화는 느껴졌지만 양수가 흐르는 느낌이라던지 살을 당기는 느낌은 전혀 나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아기가 나왔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한참동안 푸슉푸슉 수근수근 처치하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아기가 울기 시작했지만, 이래도 되는 걸까 싶은,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의 울음 소리보다도 약한 가느다란 소리였다. 평소의 나였다면 ‘괜찮은걸까? 뭐가 잘못된 건 아닐까?’하고 불안해했겠지만 이제 막 엄마가 된 나는 왠지 모를 긍정의 힘이 솟아났다. ‘괜찮을거야. 작게 태어나서 크게 될 아기인가보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몇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간호사가 수술보로 감싼 아기를 데려와 내 볼에 갖다대주었다. 너무나도 감동적인 순간이라 그 느낌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는데, 웬걸 아무런 느낌이 나질 않았다. 살이 너무 여리고 여려서 실체가 느껴지지 않는 허공에 볼을 대고 있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하얀 태지를 얼굴에 덕지덕지 바르고 있는 아기는 솔직히 내 아기가 맞나 싶은 비주얼이었다. 빨갛고 양수에 퉁퉁 불어있는 아기의 모습은 도저히 예쁘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죽하면 이 사람들이 수술한다고 거짓말하고 다른 아기를 데려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별 생각을 다한다).


암튼 지금은 그때의 충격적인 비주얼이 기억나지 않을만큼 뽀얗고 사랑스러운 아가가 내 옆에 있다. 이제 평생 이 아이와 한 집에서 살아야 한다니 실감이 안나지만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웃음이 절로 새어나온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