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음식과 가장 맛있는 음식
만약 누가 나에게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묻는다면 일단 떡볶이/냉면/족발/순두부찌개 같은 것들이 먼저 떠오른다. 아무리 해외생활을 오래해도 역시 내 입맛은 한식인가보다. 언제 먹어도 맛있고 많은 사람들이 대체로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런데 만약, 먹어본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 뭐였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달라질 것 같다. 먼저 기억 속 상황과 기분이 떠오르고, 그 뒤에 음식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가족들과 냇가에 놀러가 시원하게 물놀이를 한 뒤 다 함께 구워먹던 삼겹살
할머니가 자주 해주셨던 콩나물, 시금치, 고구마순 같은 여러가지 나물과 계란후라이,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슥슥 비벼 먹은 비빔밥
대학 새내기 첫 학기 설레는 봄의 캠퍼스에서 처음 맛본, 머리를 띵하게 하던 아이스아메리카노
술을 진탕 마신 다음 날 친구들과 끓여먹은 해장라면
좋아하는 음식은 입으로 먹지만,
기억에 남을 만큼 세상에서 맛있는 음식은 추억으로 먹는 듯 하다.
음식뿐만이 아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 사람, 공간 등, 그냥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 취향만이 아니라,
내 자신을 잊고 몰입했던 어떤 일, 그 순간
온 마음을 바쳐 사랑했던 사람
참 따뜻했던, 위로 받았던 공간 등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일, 사람, 공간.
어쩌면 인생은 내가 좋아하고 사랑했던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여정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