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임은 어떻게 대표님이 되었을까?
새로운 집으로 이사 후 우리는 엄청나게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먼저 새집으로 이사했음을 양가 부모님들께 알리고 부모님들을 초대했다.
양가 부모님들은 진심으로 우리의 내 집 마련을 축하해 주셨다.
오히려 집 장만을 하는데 도와주지 못함을 미안해하셨다.
“어머니 아버지가 못나서 집을 사는데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래도 너희들 힘으로 이렇게 집을 장만해서 많이 기쁘고 고맙다.”
“무슨 말씀이세요. 이렇게 키워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이사했다고 살림 많이 늘리지 말고 살면서 하나씩 장만하거라. 금방 고물 된다.”
“네, 알겠어요. 꼭 필요한 것 들만 사도록 할게요.”
부모님들뿐만이 아니라 직장동료들과 친구들도 방문하여 축하를 해주었다.
와이프의 경우에는 고향이 안동이라서 친구들이 안동에서도 올라와서 축하해 주고 하루 묵고 가기도 하였다.
우리가 결혼을 늦게 하긴 하였지만 그래도 나이도 비슷하고 아이들도 아직은 어려서 모두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부분들이 비슷하였다.
아이들 교육문제와 내 집 마련이 큰 화두였다.
우리는 운이 좋아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 집 마련에 성공하였지만, 다른 부부들의 경우에는 아직 전세로 거주하면서 청약을 노리고 있는 부부가 대부분이었다.
지방의 경우에는 주거비용이 그리 많이 들지는 않아서 거주에 대한 부담이나 걱정이 별로 없었던 반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부부의 경우에는 주거 문제가 제일 큰 고민거리인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새집마련에 대한 집들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는 새로운 터전에 차츰차츰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근거리에는 방신시장이라는 재래시장이 있어서 야채나 찬거리는 방신시장에서 구입해서 쓰고 있었고, 새로운 큰 단지의 아파트가 생기니 대형마트급은 아니지만 큰 동네 슈퍼마켓들이 서로 경쟁하듯이 생겨나고 있었다.
대형마트를 가려면 가양역까지 나가야 하는데 직장인인 우리는 주말에만 이마트를 가봤는데, 정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카트를 끌고 다닐 수가 없을 정도였다.
우리는 사실 둘이서만 살기도 하고 맞벌이 세대이기 때문에 집에서 밥을 주말에만 한두 끼 먹기에 그렇게 많은 반찬이나 생필품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시장은 그냥 주말에 마실 삼아 갔고, 대형마트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동네에 있는 나름 큰 슈퍼마켓을 이용해서 대부분을 해결했다.
그런데 그 마트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때쯤에 이름이 바뀌고 주인이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그 들은 그렇게 신도시 같이 상권이 생기기 전에 들어와서 고정 단골을 만들어 놓고 적당한 P(프리미엄)를 받고 넘기는 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참 세상에는 돈 버는 방법도 다양하고 세상에 머리 좋은 사람은 정말 많은 것 같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예전 김우중 회장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지금도 그런데 그 예전 청년김우중이 봤을 때에는 세상에 돈 벌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
전부 다 돈 버는 일로 보였으리라.
다만 몸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가장 가성비 좋은 일을 한정적으로 택해서 실행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나한테 가성비 높은 일은 무엇일까?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가정에 충실하면서 또한 시간은 한정적이니 가족과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드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가성비가 높은 일이 아니까 생각한다.
입주를 하고 6개월 정도가 지났을까?
이제는 어느 정도 아파트에 입주율이 높아져 단지 안에 활기가 돌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파트 커뮤니티인 카페에는 별다른 소식이 없었고, 중고물품 판매들만 간간히 올라올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날과 다름없이 아침에 화장실에서 습관처럼 카페를 기웃거리고 있는데 그날만큼은 왜 갑자기 새 글이 엄청나게 올라오고 시끌시끌한 것이었다.
“저 당첨이 되었어요.”
“몇동몇호인데 동호수 괜찮나요?
“계약해야 할까요?”
난 알지도 못하는 글들을 읽으면서 내가 놓친 게 무엇인지 최대한 빠르게 알아내기 위해서 새로운 글들을 빠르게 스캔하기 시작했다.
느낌 상으로는 뭔가 새로운 청약에 대한 당첨여부인 것으로 보였다.
이상했다.
왜냐하면 이전에야 관심이 없었지만 아파트 청약을 하면서부터는 근처에 새로운 분양이 없는지 항상 눈에 불을 켜고 보고 있었기에 뭔가 내가 정보수집을 잘못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급하게 와이프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하면서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
“뭐야 뭐야? 뭐 청약이 있었어?”
“보니까 무슨 오피스텔 청약인 거 같아. 오피스텔의 경우에는 아파트투유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만 아는 것 같아”
“근데 보니까 이게 돈이 되나 봐. 금방 P가 천이네 이천이네 이러네”
“마곡역 바로 앞인가 봐. 오피스텔이면 월세를 받아도 되니까 좋긴 하겠다.”
“그럼 여보가 오피스텔을 좀 알아봐. 우리도 투자할 수 있으면 해 보자. 아니 직장 생활하면서 일 이천 벌기가 쉽나.”
“알겠어. 내가 모델하우스랑 가볼게”
이제 부동산의 눈을 뜬 새내기들의 귀여운 생각이었으리라.
남들도 다 돈 번다고 하니까 돈 벌 욕심에. 왠지 나만 못하면 바보가 된 것 같고 뭐 그런 느낌으로 급하게 남들을 쫓아가고 있었다.
저녁에 퇴근할 때쯤에 와이프에게서 톡이 왔다.
“여보 내가 전화를 해보고 모델하우스를 가봤는데, 마곡역 바로 앞에 있는 오피스텔을 분양하고 있더라고 보타닉 비즈타워라고 주말에 모델하우스 예약 잡아 놨어. 주말에 같이 가보자.”
“어 그래? 고생했네. 주말에 같이 가보자.”
여느 주말과 마찬가지로 느지막이 일어나서 아침을 간단하게 챙겨 먹고 나갈 채비를 하였다.
혹시나 그런데 가면 돈 없이 구경하러 왔다고 무시할까 봐 너무 과하지 않은 결혼식 복장(?) 정도로 챙겨 입고 길을 나섰다.
뚜벅이로 가면 그걸 또 무시할까 봐 가까운 거리였지만 차를 몰고 갔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참 귀여운 생각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에 살짝 웃게 된다.
모델하우스의 위치는 강서구청사거리 코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모델하우스는 정말 눈에 잘 띄는 그런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다.
분명 임대료도 비쌀 텐데 말이다.
비싸더라도 단기간에 빨리 털어야 하고, 또 논에 잘 띄어야 홍보도 잘 되고 하기에 홍보하는 데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누구 찾아오셨나요?”
“네, 저희는 OOO실장님을 찾아왔습니다.”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어머~ 오셨군요. 이쪽으로 오세요.”
우리는 최대한 긴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뭐 모델하우스를 처음 오는 건 아니었으니까 팸플릿을 찾아들고 모형을 구경하였다.
실장님이 이리저리 설명을 해주신다.
위치만 보면 너무나 좋은 위치에 지어질 예정이었다.
향후에 9호선 급행역이 될 마곡나루역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있었고, LG전자를 비롯하여 대양해운조선, 롯데, 넥센타이어 등등이 입주할 예정이고 그렇게 되면 당연 협력사들이 많은 사무실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온갖 현혹하는 말로 우리를 살살 녹이고 있었다.
“대표님,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하철 바로 앞이에요. 얼마나 좋아요.”
“월세는 잘 맞춰질까요?”
“여기는 임차가 안 맞춰질 수가 없어요. 저희가 조사를 했는데, 지금 가양역 주변의 사무실도 대부분이 월세가 60만 원이에요. 하물며 보타닉비즈타워가 새로 지어지면 새 건데 60만 원보다 적게 받겠어요?
“네, 일단은 와이프랑 상의를 해보고 다시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이건 뭐 생각해 보실 것도 없어요. 지금도 몇 개 호실 안 남았어요. 주말 지나면 이것도 남아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한두 푼도 아니고 일단은 좀 상의를 해보고 다시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온갖 현란한 말솜씨와 자료들로 우리를 현혹하고 있었다.
그래도 부동산이라는 게 큰돈이 오가는 거니까 신중하게 생각하기로 하고 집으로 왔다.
“아니 여보, 난 오피스텔을 알아보라고 했더니 오피스를 알아본 거야?”
“나도 몰랐어. 말이 비슷해서 그게 그거인 줄 알았지.”
“여튼 수익구조는 비슷해 보여. 다만 거주가 목적이냐 근무하는 사무실이 목적이냐 차이지. 매가도 비슷하고 수익도 비슷해.”
“맞아. 사무실은 부가세 환급받고 대출도 80%까지 나오면 우리 돈은 2~3 천정도면 가능할 것 같아.”
“그래도 조금은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보자.”
우리는 부동산. 그것도 주거가 아닌 상업용 시설을 사는 데 있어 처음이기 때문에 신중하자라고 생각하고 좀 미뤄두었다. 아니 두려웠던 것 같다.
일주일정도가 지나고 나서부터는 와이프 휴대폰으로 문자와 전화로 계속 구매를 권유하였다.
그렇게 권유가 계속되니 살짝 의심도 갔다.
그렇게 좋은 거면 물건이 남아 있지도 않을 텐데 왜 우리한테까지 기회가 올까.
성격상 또 그냥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대놓고 물어본다.
“실장님 그렇게 좋고 수익률도 좋은데 왜 물건이 아직 남아 있을까요? 실장님도 분양받으셨어요?”
“그럼요. 저도 받고 저희 언니도 받았어요. 2개씩 받았어요. 사장님도 아시겠지만 부동산이 아무리 좋아도 각자 가지고 있는 자금이 한정적이어서 무한정 가질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이 오피스 분양이 아파트투유 같은 데서 청약을 받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유명한 건설사도 아니다 보니 홍보가 잘 되지 않고. 또 지금 부동산 시장이 좀 주춤해서 그렇지 사놓기만 하면 정말 효자 노릇할 거예요.”
“네, 위치도 좋고 한데 오피스는 안 해봐서 좀 신중해지네요.”
“네 어느 정도는 이해해요. 그런데 오피스텔이랑 똑같아요. 오히려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잡힐 수 있어서 조심하셔야 해요. 그리고 계속 좋은 동호수가 자꾸 나가니까 제가 안타까워서 그래요.”
“네 조금만 더 알아보고 전화드릴게요.”
모델하우스의 유닛을 보면 왠지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그런 개인사무실처럼 꾸며두었다.
왜 있지 않나 그런 곳에서 나만의 사무실을 꾸미고 일하는 그런 로망 말이다.
이미 실장님의 언변에 반은 넘어가 있었다.
“여보, 내가 알아보니 진짜 가양역에 다 쓰러져가는 사무실도 대부분 월세가 50~60만 원이야. 이게 지어지고 나면 새 건데 그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거 같아.”
“그래서 하자고?”
“요즘 금리도 엄청 싼데 돈은 은행에 넣어둬 봐야 이자는 얼마 안 되고. 그리고 한 달에 60만 원 정도 월세를 받으면 생활이 좀 여유롭지 않을까? 그리고 그리 큰돈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렇게 우리는 월세 60만 원이라는 글자가 머리에 들어와 있어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일주일 뒤 우리는 분양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사장님 축하드려요.”
“축하받을 일인지 모르겠네요.”
“무슨 소리예요. 정말 잘하신 거예요. 호호호.”
“뭐 어쨌든 선택은 우리가 한 거니까 이후에는 저희가 감당해야죠.”
“네, 계약을 하셨으니까 이따가 선물 챙겨드릴게요.”
계약서에 도장 찍고 계약금 이체하고 나오는 데 따라 나오면서 그 선물이라는 걸 주었는데.
너무 깜짝 놀랐다.
왜? 너무 큰 선물을 주어서?
음… 크긴 큰 선물이지. 장우산. 파라솔만큼 큰 장우산이었다.
그게 선물이 될 수도 있구나 ㅎ
그렇게 와이프랑 집에 와서 이런저런 얘기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은 하나 팔면 도대체 얼마나 받길래 그렇게 간쓸개를 다 빼놓고 사람을 홀릴까?’
몇 날 며칠을 인터넷으로 찾고 또 찾아봤다.
키워드는 [분양상담사]
우리한테 오피스 하나를 팔고 대충 500만 원 정도를 그 분양상담사가 가져간 듯했다.
물론 혼자 다 가져가지는 않았겠지. 동료도 있고, 팀장도 있고, 사무실 이용료도 좀 내고.
그래도 뭔가 좀 억울하고 그랬다.
한 달 월세 60만 원 받겠다고 이걸 산 건데 거의 1년 치 월세를 그들이 가져간 것이 아닌가.
어차피 와이프가 회사를 그만둔 상태였다.
“여보 그 분양상담사의 구조도 알아볼 겸 혼자 점심 먹느니 한번 해보는 거 어때?”
“뭐? 나보고 그걸 하라고?”
“그냥 노느니 하는 거지 뭐. 열심히는 하지 말고. 뭐 우리가 하나 더 사게 되면 500만 원 싸게 사는 거잖아”
와이프는 더 별말이 없었다.
괜히 말했나 싶었는데, 다음날 바로 톡이 왔다.
“나 옷 사줘.”
“엥? 무슨 옷?”
뭐 사달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놀래서 다시 물어봤다.
“출근하려면 옷이 있어야 할 것 같아. 내가 가지고 있는 옷은 모두 청바지 같은 캐주얼이라.”
“어? 출근하기로 했어?”
“어. 강서구청 사거리 쪽에 있나 봐. 그냥 간단한 교육받고 워킹으로 오는 사람이나 아니면 팀장한테 오는 손님 안내하면 되나 봐.”
내가 퇴근하고 저녁에 우리는 오피스룩의 간단한 옷을 구매하러 갔다.
그리고 와이프는 며칠을 출근해서 사람들과 같이 점심을 먹고 들어오곤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에게 무엇을 시키겠는가.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다가 점심만 먹고 또 앉아만 있다가 온다고 했다.
와이프는 그게 더 힘들다고 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만 있는 게 누구한테는 편할 수도 있지만 우리같이 능동적인 사람들에게는 그보다 더한 고통은 없다.
거기다가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니 같이 보내는 주말시간이 없어져 버렸다.
나름 신혼인데 말이다.
“여보. 나 이거 고만할래. 돈 몇 푼 벌겠다고 사람 너무 힘들다.”
“하하하 그래 그만 나가. 그냥 그게 어떤 수익구조인가 보려고 나갔던 거잖아.”
그렇게 와이프는 일 주 만에 그만두었다.
와이프는 입지도 않을 오피스룩의 옷을 한 벌 구매한 것으로 분양상담사의 직업을 경험해 본 것으로 됐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의 오피스텔. 아니 오피스를 구매하는 해프닝은 끝나게 된다.
하지만 후에 생각지도 못한 2탄이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