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임은 어떻게 대표님이 되었을까?
그렇게 한번 된통 호되게 혼나고 나서는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그렇게 투자는 잠깐 내려놓고 회사일에 집중했고, 또 집안을 잘 챙기려고 노력했다.
모든 것이 편안해서일까?
우리에게는 더없이 감사한 선물이 찾아왔다.
와이프가 아이를 갖게 되었다.
매일 퇴근 후에 와이프와 운동 삼아 동네를 산책했다.
운양동이라는 곳은 그렇게 마을 같아 너무 좋았다.
“왜 운구정동이라고 하는지 알겠다 그치?”
“응. 동네가 한적하니 좋아. 근처에 공원이나 녹지도 많고 말이야”
“처음에는 잠깐 살려고 들어왔는데, 나중에도 아이 키우기에 좋을 것 같아. 새로운 집 들어가면 새집증후군도 있고 하니 한동안 여기서 사는 건 어때?”
“그래. 어차피 아파트 처음 지어지면 어수선하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하니 여기서 좀 살다가 이사 가지 뭐”
사실 와이프 몸이 홀몸도 아니고 이사를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고민을 했지만 더 머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지금 살고 있는 운양동에서 좀 더 거주하기로 마음을 먹고 곧 입주가 시작될 풍무동 푸르지오는 세를 주기로 했다.
주말에 세를 놓기 위해 분양권을 매수했던 부동산을 찾아갔다.
입구에서부터 사람이 꽤 많았다.
“저 안녕하세요 사장님”
내심 아는 척을 하면서 인사를 하였지만, 부동산은 엄청 바빠 보였다.
부동산 사장님은 눈도 안 마주치고 귀찮다는 듯이 말을 했다.
“혹시 전세 놓으시려고? 그 쪽 노트에 동호수랑 받고 싶은 금액 적어놓고 가세요.”
“네? 아네… 알겠습니다.”
한쪽 원탁에 스프링 노트가 놓여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전세를 내놓을 물건을 많이도 적고 갔다.
그 물건들 사이에서 나의 물건은 정말 제일 끄트머리에 있는 그런 물건인데 부동산에서 그렇게 홀대를 하는 게 당연해 보였다.
시장은 매수와 매도가 적당히 균형을 이루면서 가격이라는 것을 형성하는 것인데.
이건 매물이 많아도 너무나 많았다.
워낙 대단지이기도 했고,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투자로 물건을 받은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아니면 우리와 같이 실거주로 매수를 했으나 매수 시점에 각자의 사정으로 입주를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너무나 순수했던 우리는 왠지 우리 물건은 전세가 잘 나갈 거라는 기대로 일주일을 보냈다.
일주일이 지났다.
당연히 전화 한 통 오지 않았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인데 이제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부동산에 전화를 건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 OOO동 OOO호 인데요, 혹시 전세 찾는 사람이 있었을까요?”
부동산 사장님은 한숨을 쉬면서
“지금 물량이 너무 많아서 그 가격에는 절대 안 나갈 거예요. 가격을 조정하시던지 아니면 아주 오래 기다리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상의해 보고 다시 전화드릴게요.”
전화를 끊고 나서 보니 살짝 기분이 나빴다.
분양권을 사러 갈 때만 해도 세상 친절했던 사람이 이제는 언제 봤냐는 식이었고, 불친절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런 내 기분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왜냐고?
그 정도의 전세금이 안 나오면 등기를 칠 수 없다.
또 와이프의 욕을 듣기 시작했다.
계속 욕을 듣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계속 어떻게든 욕을 안 먹을 방법, 지금 이 상황을 타계할 방법을 찾고 또 찾았다.
궁하면 통한다고 하던가?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다가 방법을 찾았다.
“여보 지금 풍무동 전세는 1.5억에도 안 나가나 봐”
“그럼 어떡하지? 우리 잔금 낼 돈이 없잖아.”
“방법이 없지는 않아.”
“뭔데?”
“2가지 방법이 있어. 하나는 지금 KB 시세가 우리가 분양을 받았을 때보다 올라 있으니 대출을 최대한 받아서 잔금을 치르는 거야. 두 번째는 다행인 건 풍무동의 입주 여파가 운양동까지는 미치지 않은 것 같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반도2차는 전세가가 괜찮아.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전세를 주고 그 돈으로 풍무동 잔금을 치르고 우리가 들어가서 사는 거지.”
“그게 가능해?”
“어. 충분히 시뮬레이션해 본거야.”
그랬다. 김포는 길쭉하게 생겨서일까?
비교적 김포의 초입인 풍무동의 입주장은 한강신도시 초입인 운양동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다. 같은 김포인데 전혀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영향이 미미해 보였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지만, 너무도 당연하게 아직은 대출이 무서웠기 때문에 후자의 방법을 선택했다.
살고 있는 집을 전세를 주고 그 돈으로 잔금을 치르고 새 집에 들어가는 방법 말이다.
훗날 알게 되었는데, 이런 방법을 흔히들 몸빵이라고 하더라.
우린 그런 거 전혀 몰랐고, 그냥 개인적으로 궁리를 통해서 스스로 터득한 방법이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았었고, 또 여전히 많이 있으리라.
살고 있는 집을 부동산에 전세로 내놓았고, 불과 세 팀이 보고는 바로 계약이 이루어졌다.
부동산에서 하는 말로는 세입자가 변호사라고 했다.
긴가민가 했지만 뭐 그런 걸 거짓말하겠나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변호사 수입이 얼마인데 그리고 서울도 아닌 서쪽 끝자락에 그것도 전세로 들어온다는 사실을 반신반의했지만 결국은 TV를 통해서 확인이 되었다.
우연히 TV를 보는데 낯익은 이름과 얼굴이 나오길래 혹시나 하고 자세히 봤는데, 우리 세입자가 맞았다. 하하하.
가계약금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사장님, 세입자가 전세권을 설정하고 싶어 하시는데요. 가능하신가요?”
“네? 전세권요?”
“아무래도 이분들이 변호사들이라 뭔가 확실히 하고 싶으신가 봐요.”
“굳이 비싼 돈까지 들여가면서 왜요? 어차피 최선순위인데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 놓으시면 전세권과 거의 동등한 지위를 가지실 텐데요.”
“이 분들이 이제 막 변호사가 된 초짜들인가 봐요. 그래서 정확히 모르니까 좀 강력한 뭔가를 하려고 하는 거 같아요.”
“음… 하셔도 큰 문제야 없지만, 저희 입장에서도 사실 좀 찜찜한 건 사실이죠. 사장님이 잘 구슬려 보세요. 돈만 많이 들지 어차피 대출이 없어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같다구요.”
“네 알겠습니다.”
나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전세권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확실히 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찾아봤다.
사실 권한으로 보면 임차권이나 전세권이나 비슷한 게 사실이다.
다만, 임차권의 경우에는 쌍무계약으로 동시이행 항변권이 있어서 임차인이 거주를 하면서 전세금만의 반환요청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먼저 집을 비워야 하는데 그러면 대항력이 사라지니 임차권등기를 하고 빼면 되지만, 보통은 전세금을 빼서 잔금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세입자가 먼저 전입을 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전세권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강력하다.
만약 계약일에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한다면 바로 경매권이 생긴다.
경매권에 의한 명의 변경이 이뤄진다면 제 값을 받기는 조금 어렵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내가 파는 거랑 강제로 팔리는 것은 의미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냥 이 정도의 차이가 있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차이가 있다.
여하튼 우리는 적당한 방어를 했고, 아마도 부동산에서도 큰 역할을 했으리라.
우리는 무사히 전세권 없이 전세 계약을 할 수 있었다.
무사히 계약을 마치고 우리는 아쉬운 마음에 더 열심히 저녁마다 주변을 산책하였고,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무사히 대단지 입주장 방어전을 잘 치렀다.
받은 전세금으로 새집 잔금을 잘 치렀고, 대출을 받지 않아 셀프로 등기도 진행했다.
처음이라 서툴렀지만, 못할 것은 없었다.
약 30만 원 정도 아낀 것 같았다.
그리 큰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떻게 진행하는지 프로세스를 알고 있는 것과 아닌 것은 분명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대출이 없이 집을 매수할 일은 거의 없겠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무기를 장착했다고 생각한다.
알고 안 하는 것과 몰라서 못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