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을 만드는 사람

요리 전공생이 기획에서 감각을 다시 만난 순간

by SEEN

요리를 하던 시절, 나는 맛보다 플레이팅에 더 집착했다.
접시 위에 음식을 올릴 때
재료가 흐트러지지 않았는지, 색의 균형이 맞는지,
한 끗 차이로 장면이 무너지지 않는지
끝까지 확인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했다.


사람들은 “예쁘게만 하면 되지”라고 했지만
나는 어떻게 예쁜가, 왜 안정감 있게 보이는가가 더 중요했다.
요리를 배우면서도 맛보다 화면을 먼저 보던 내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몇 년 뒤, 기획을 하게 되었을 때
그때의 집착이 다시 돌아왔다.
배너의 간격을 맞추고, 색을 조합하고,
문구가 놓일 자리를 찾는 과정은
접시 위의 요소들을 재배열하던 그 순간들과 너무 닮아 있었다.


기획도 디자인도 결국은 장면을 만드는 일이었다.
사용자가 머무는 몇 초의 경험 속에서
무엇이 먼저 보이고 어디가 안정적이며
어떤 색이 이야기를 완성하는지 고민하는 일.


나는 요리를 떠난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보면
나는 평생 같은 일을 계속해왔다.
형태는 달라도 본질은 하나였다.


흐트러짐 없이, 예쁘게, 정확하게 장면을 만드는 사람.


지금도 나는 흐트러지지 않은 화면을 좋아하고
부드러운 색의 온도를 믿는다.
접시 대신 화면을, 조리대 대신 글을 다듬으며
여전히 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히 머무는 장면 하나를 만들고 싶다.


이제 그 감각을
화면과 글 속에서 다시 펼쳐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