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수평선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다
부끄럽게도 천성이 게으른 탓에...
일출을 보겠단 결심을 하지도 말자는 나였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천성에 걸맞지 않게 부지런을 떨어, 몇몇 모임에서는 일출을 보러 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구름이 나를 방해했다.
일출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구름을 비집고 삐죽삐죽 내미는 해를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우연히 오게 된 동해.
일출을 보겠다고 시계를 맞춘 것도 아닌데...
이제 나이가 들어 낯선 곳에선 깊은 잠이 안 드나 보다.
뒤척이다 보니 창밖이 어슴푸레 환해진다.
그래, 이번 기회에 일출을 한번 볼까?
파카를 입고 나섰다.
깜깜한 새벽일을 마치고 서둘러 돌아가는 고깃배와 달님.
새벽일 바쁜 갈매기.
아름답다...
그리고 순식간에 떠오르는 태양.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
신기하다. 저 태양이 평소 내가 사는 동네도 비추고, 우리 언니 집도 비추고 지구 반대편도 비추는 그 태양이란 말이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저 높이 솟은 산이 되기보다
여기 오름직한 동산이 되고...
내 가는 길만 비추기보다는
누군가의 길을 비춰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