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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발견, 당뇨병 치료의 꿈

내가 먹고 있는 그 약이 바로 꿈과 열정이 빚어내 과학기술의 결정체

by 김부경

1902년 베일리스(Bayliss)와 스탈링(Starling)은 소장 점막 추출물이 췌장의 소화액 분비를 자극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것을 세크레틴(secretin)이라고 불렀다. 1906년 무어(Moore)는 십이지장에서 추출한 물질이 췌장의 분비를 자극한다는 것을 알아냈고, 이 물질을 당뇨병 환자에게 먹이면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으나,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당뇨병은 불치의 병이었다. 1921년에 밴팅(Banting)과 베스트(Best)가 개의 췌장에서 인슐린 추출에 성공한 이후 비로소 당뇨병 치료의 가능성이 열렸다. 그리고 그 이후 당대사와 당뇨병 치료에 관한 눈부신 발전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림 서상균 화백

1932년 라 베레(La Barre)는 상부 위장관에서 추출한 이 물질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여 혈당을 떨어트린다는 것을 소화액 분비와는 독립적으로 구분하여 명시하고, 이 물질의 이름을 인크레틴(incretin)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결국 이 물질이 무엇인지 알아내지는 못했으나 그를 비롯한 여러 과학자들은 이 물질이 결국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리라 예측했다. 이후 수 십년간 인크레틴의 존재는 학계에서 잊혀가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당뇨병의 첫 치료제인 인슐린에 모든 관심과 연구가 집중되던 시기였다.



1967년 펄리(Perley)는 당을 정맥으로 투여했을 때보다 경구로 섭취했을 때 인슐린의 분비가 30~40% 정도 더 크다는 실험을 발표하여 인크레틴의 효과를 증명해냈다. 더불어 당뇨병 환자에서는 이 인크레틴의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도 발표되어 당뇨병 환자에서 인크레틴의 효과를 증가시키면 혈당이 좋아지겠다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게 되었다. 1973년 브라운(Brown)은 개에서 인크레틴 중 하나인 GIP 라는 물질을 밝혀냈고, 듀프레(Dupre)는 이 물질을 사람의 정맥에 당과 함께 주입했을 때 혈당이 떨어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1982년 벨(Bell)은 인간의 글루카곤 유전자를 복제하여 또 하나의 인크레틴인 글루카곤양 펩타이드-1(GLP-1)이라는 물질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1986년 미쉘 나욱(Michael Nauck)은 GLP-1을 주사하였을 때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밝혔다. 1995년에는 식후에 분비되는 이 인크레틴이 DPP-4라는 효소에 의해서 즉시 사라진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당뇨병 환자에서 이 DPP-4라는 효소를 억제하면 인크레틴 효과가 증가되어 혈당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세워지게 되었다.



2005년 드디어 엑세나타이드(exenatide)라는 첫번째 GLP-1 이 당뇨병 치료제로 미국식약처의 승인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해인 2006년에는 DPP-4효소 억제제인 시타글립틴(sitagliptin)이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2021년 DPP-4 억제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당뇨병 치료제가 되었다. GLP-1 제제는 주사제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현재 빠른 속도로 사용량이 늘고 있다. 특히 GLP-1은 당뇨병 치료제로서는 부작용으로 볼 수 있었던 소화불량, 식욕 감소와 체중 감소 효과를 역이용하여 비만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다.



많은 환자들이 이렇게 질문을 한다. 손바닥 안에서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우주여행을 꿈꾸는 이 시대에 왜 당뇨병은 치료할 수 없는 것이냐고. 그분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사실이 바로 이것이다. 당신이 사용하고 있는 바로 그 약이 지난 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이며, 지난 한세기 동안 수없이 많은 과학자들이 포기하지 않은 당뇨병 치료의 꿈에 대한 열정과 노력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주여행 기술과 맞먹는 과학기술의 결정체 그 자체라는 것을 말이다. 당뇨병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는다는 것은 그 과학의 결정체를 누릴 기회를 가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당뇨병 치료 과정이 실망스럽고 힘들기보다는 치료받을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유튜브 영상으로 보시면 더 재밌어요.

https://youtu.be/A_cjL6-s2Us


** 이 글은 2021년 2월 22일자 국제신문 메디칼럼에 게제되었습니다.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210223.22021006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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