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완치가 가능한 병일까?
당뇨병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1550년경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3세기 고려 시대의 향약구급방에 소갈증에 대한 기술이 있다. 당뇨병은 ‘흐른다’는 어원에서 기원한 ‘Diabetes’ 와 꿀과 같이 달다는 ‘Mellitus’를 합친 말이다. 즉 꿀과 같이 단 소변을 보며, 몹시 갈증이 나는 병이다. 이렇게 당뇨병의 증상에 대해서는 기원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그 오랜 기간 이 병의 원인은 알지 못했다.
19세기에 이르러 부검을 하게 되면서, 당뇨병이 있었던 사람에서는 췌장이 파괴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1889년 독일의 민코프스키(Oskar Minkowski)와 메링 (Joseph von Mering)이 건강한 개에서 췌장을 제거한 후 소변에 파리 떼가 몰려드는 것을 확인하였고, 비로소 당뇨병의 원인이 췌장의 문제라는 것을 밝혀낸다. 그리고 이제는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병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되었다.
‘당뇨병의 완치’가 가능하다는 광고들이 있다. 당뇨병 환자들 중에서 이러한 광고에 현혹되어 해오던 치료를 끊었다가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치료를 끊지 않고, 정상혈당을 잘 유지했으면 꽤 오랫동안 남은 췌장의 기능을 유지했을텐데 싶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러한 말에 속지 않으려면 당뇨병이 진짜 완치가 가능한 병인지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완치란 한자로 ‘완전할 완 完’ 자에 ‘치료할 치 治’ 자를 사용한다. 그리고 그 완전하게 치료하는대상은 병 炳 이다.
그렇다면 병을 완전하게 치료한다는 뜻인데, 병의 사전적 의미는 병리적인 이상을 동반하는 질환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병이 완전히 치료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병의 윈인이 되는 병리적 원인을 완전히 제거했을 때에만 가능하다. 코로나19가 이토록 어려운 질병인 이유가 원인이 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기존 항바이러스제로 완전히 제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침, 발열,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에 대한 치료만 하는 것이다.
당뇨병에 대해서 잘 아는 전문가일수록 ‘당뇨병의 완치’라는 말을 쉽게 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뇨병의 원인이 되는 췌장의 병리적 이상이 완전히 정상화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의 원인이 아닌 결과로 나타나는 혈당이 정상화된 것만으로 완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초기에 치료를 잘하면 당뇨약을 쓰지 않고도 정상혈당이 유지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완치라는 표현보다는 관해(remission)이라는 표현을 쓴다. 암(cancer)을 예로 들면 이해하기가 쉽다. 수술이나 항암치료로 눈에 보이는 암조직을 다 제거하고 암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 상태를 관해라고 한다. 그리고 이때 다시 암이 재발하지 않는지 계속해서 정기검진을 통해 관찰을 하게 된다.
당뇨병을 암에 비유하니 이해하기가 쉬운 이유는 둘 다 같은 만성질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암에 걸렸을 때 혼자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나아보겠다고 하지 않는다. 암의 증상이 없어졌다고 완치되었다고 자신하지도 않는다. 암에 걸린 사람이 자신의 생활습관을 탓하며 자신을 비난하지도 않는다.
당뇨병도 마찬가지다. 생활습관이 큰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나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 중에서 당뇨병이 안생기는 사람이 더 많다. 병이기 때문이다. 당뇨병은 암과 마찬가지로 더 초기에 치료하면 관해되기가 더 쉽고, 평생 재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당뇨병을 혼자서 완치해보겠다고 하지 말고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오랫동안 정상혈당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 유튜브 영상으로 보시면 더 재밌어요.
https://youtu.be/vwXIM2HDkfc
** 이 글은 2021년 5월 31일자 국제신문 메디칼럼에 게제된 글입니다.
http://www.kookje.co.kr/mobile/view.asp?gbn=v&code=1700&key=20210601.22021008586#20210601.22021008586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