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의 꿈

다시 시작된 코로나 아웃브레이크,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by 김부경
"코로나 3차 대유행, 친구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교실"

지난 20일부터 고3 학생들부터 등교를 시작했다. 정상적인 등교 개학을 연기한 지 80여 일만 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이전과 같지 않다. 학생들은 이제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마스크를 벗고 몸을 부대끼며 장난을 칠 수도, 점심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수다를 떨 수도 없다.



선생님들은 자신을 비롯하여 누군가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지 않는지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유증상 학생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지역 확진자 소식에 학생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낸 지역도 있다. 마스크를 쓰고 한 줄로 띄엄띄엄 앉아 수업을 듣고, 투명 가림막이 설치된 급식실에 지그재그로 앉아 조용히 밥을 먹는다. 그 모습을 보면, 과연 저렇게까지 하면서 학교를 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언텍트 시대의 꿈.png 일러스트 : 서상균 화백


그럼에도, 학생들의 등교 개학은 방역 정책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정부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안으로 ‘생활 방역 수칙’을 발표했다. 이태원 발 집단감염 사태로 등교를 더 연기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등교를 연기해 코로나를 완전히 종식시킬 수 있다는 보장이 있다면 더 연기하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언제까지 공식 일정들을 미루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이제 우리는 강력한 전염력을 가진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나갈 수밖에 없는 시대에 와 있는 것이다.


"언텍트에 적응한 듯 보이는 세상, 그러나...."


사람들은 벌써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언택트(untact)’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언택트 관련 주식이 급등하고, 기업은 언택트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들도 언택트 마케팅과 언택트 판매방식으로 부지런히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사람들은 진정한 언택트를 하고 있을까. 또 언택트를 얼마나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사실 학생의 등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상생활은 이미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모이기 시작하고, 여행지는 북적이고, 사업장은 어디든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모이면 처음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결국은 벗는다. 멀리 있다가도 결국은 가까이 앉게 된다. 함께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이야기한다. 결국 인간은 ‘컨택트(contact)’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이런 시점에 우리는 다시 한번 코로나 시대의 엄정함을 되짚어 보아야 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은 이 병이 얼마나 무섭고도 잔인한 병인지 잊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죽게 되어 있지만, 감염병으로 죽는다는 것은 생각보다도 더 슬픈 일이다. 죽음의 순간을 가족이 곁에서 지켜주거나 따뜻하게 안아줄 수도 없다. 물론 가족이 원한다면 환자를 볼 수는 있다. 마스크와 고글을 쓰고, 방호복을 입고, 장갑을 낀 채로 말이다. 코로나로 진단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살과 살이 맞닿는 컨택트는 더는 없게 되는 것이다. 죽은 뒤에도 감염병 사망자 처리 절차에 따라 밀봉된 채 곧바로 화장해야 한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 이렇게 사망한 환자가 30만 명을 넘어섰다. 지금도 매일 처리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수의 사망자가 쏟아져 나오는 나라들이 있다. 우리나라가 방역을 잘하고 있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언텍트는 결국 컨텍트를 위한 준비"


그러므로 ‘언택트’ 시대란 인간이 원하는 바도 아니며, 지속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 인류의 꿈은 언택트 시대를 끝내고 컨택트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꿈을 위해 과학자들은 쉴 새 없이 지혜를 모으고, 의료진은 방호복 속에서 땀에 젖고 고글에 피부가 짓물러가면서도 쉬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그 꿈을 위해 더 엄격히 언택트를 유지해야 한다. 그것은 언택트 시대 그 자체를 위함이 아니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으나 우리가 걱정 없이 서로 손을 잡고, 아이들이 마스크 없이 함께 뒹굴 수 있는 컨택트 시대를 다시 맞이하기 위함이다.


** 이 글은 2020년 5월 25일 국제신문 메디 칼럼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200526.22021007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