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안다. 자신이 사랑받는 것을...
내가 식물에 관심을 가진 것은 고작 6개월 남짓.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죽은 줄 알았던 화분에서 새순이 올라오는 것이다.
이 산세베리아는 최소 4-5년은 그냥 이모양이었다.
그 사이 몇 줄기 뿌리가 썩어버려 으... 하면서 뽑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실은 도대체 저 썩은 뿌리 밑에 얼마나 많은 벌레들이 살고 있을까 싶어 이 화분 근처에도 가기 싫었다.
사실 난 작년까지만 해도 식물계의 똥 손이었다.
더 고백하자면 어릴 땐 화분에서 조그만 벌레라도 나올까 봐, 평생 집에서 생물은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적도 있다. 이 산세베리아는 미세먼지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공기정화 목적으로 샀던 것이다. 그러니 죽은 줄기 밑에 벌레 나올까 질색팔색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몇 주 전 이 화분에서 동시에 3군데나 새순이 올라왔다.
세상에... 이럴 수가... 산세베리아 새순이 이렇게 생명력이 있고 예쁘구나. 지금까지 이 화분의 줄기는 죽어나가기만 했는데, 이렇게 새순이 쑤욱쑤욱 올라오다니...
자라는 속도도 엄청나다.
한주가 지나니 쑤욱 키가 자라 있다.
아마도 산세베리아는 화분이 키가 크면 키가 크게 자라는 모양이다.
며칠 전 발견한 더욱 놀라운 일.
이 스투기 역시 방금 그 키 큰 산세베리아와 함께 공기정화 목적으로 샀다.
보시다시피 6-7줄기가 있었는데 하나씩 죽어서 나가고 양 옆에 두 줄기만 남아 꼭 드라큘라 이빨처럼 흉측하다. 이 화분도 최소 3-4년은 저 흉측한 모습 그대로였다.
앞서 고백했듯이 나는 벌레가 나올까 봐 분갈이는커녕 저 화분들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공기정화용으로 샀으나 절대 실내에 들이지 않고 베란다에 뒀다.
그런데 며칠 전 죽은 식물들의 잔해들 사이로 새 순이 삐죽 고개를 내미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벌레가 나올까 봐 으~~ 얼굴을 찌푸리며 피해 다닐 때는 한 줄기씩 죽어나가기만 하던 화분에서 동시에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있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쳐다봐주고, 이 열악한 환경에서 몇 년이나 살아남아준 것을 기특해하고, 혹시나 또 죽을까 봐 애틋해하는 것을 이 녀석들이 아는 모양이다.
식물도 자신이 사랑받는 것을 안다.
사랑받지 못할 때는 시들시들 죽을 일 밖에 없었다.
관심을 가져주니 스스로 새 생명을 틔운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진심으로 사랑해주면 아이들도 이처럼 스스로 생명을 틔우고 건강하게 자라나겠지?
사랑이 없다면 우리도 저 식물처럼 화분 안에 갇혀 그저 매일매일 죽음을 향해 갈 일밖에 없겠지.
우리 주변의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표현하는 일은 그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삶은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우리가 조금만 더 서로를 사랑한다면...
세상은 새 생명으로 가득 차게 되겠지?
고작 6개월의 짧은 관심으로도 이 화분 안에 생명이 가득 찬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