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소식은 오답노트일 뿐, 우리가 얼마나 멋진 것을 이루어냈는지...
몇 년 전 EBS 교육방송에서 아주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10부작의 교육 관련 다큐멘터리이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모든 학부형의 궁금증을 유발하게 할 만한 제목이 있었는데, 바로 ‘0.1%의 비밀 - 대한민국 상위 0.1%의 비밀을 밝힌다!’ 편이었다. EBS 제작팀은 전국 상위 0.1% 고등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고, 그중 10명을 인터뷰하고 분석했다. 흥미롭게도 이 학생들의 공통점은 바로 이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메타인지’는 인지과정에 관한 인지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1976년 미국의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이 만든 용어이다. 즉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정확이 아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내가 무엇을 아는지 알아야 필요 없는 공부를 하며 시간 낭비를 하지 않을 수 있고,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알아야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학습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능력은 꼭 공부를 잘하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유머를 잘하는 사람은 우스운 이야기를 잘 구별해 낼 수 있지만, 유머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우스운 이야기를 구별해내지 못하고 자신의 유머감각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결국 어떤 분야에 뛰어난 사람은 ‘메타인지’가 뛰어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1919년 전국 방방곡곡에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3·1 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 민족의 5000년 역사에서 100년은 아주 짧은 시간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나라를 잃었고, 잃었던 나라를 되찾았고, 되찾은 나라가 다시 나뉘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비극을 겪었다. 전 국토가 전쟁의 폐허였던 이 땅 위에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성장을 이뤘고, 그 짧은 시간에 우리 손으로 민주화를 이뤄냈다. 이는 이 지구 상의 어떤 나라도 겪어보지 못했고, 이뤄내지도 못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 200여 개국 중 11위의 경제대국이다. 2018년 우리 무역은 2년 연속 1조 달러를 유지했고, 수출은 사상 최초로 60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북핵문제나 미중 무역전쟁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83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고, 지금도 여전히 잘하고 있다. 이는 개개인의 국민이 자신의 자리에서 정직하고 성실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뉴스에는 이런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들로 가득하다. 특히 나라를 이끌어온 고위층들의 비리 소식은 국가 도덕성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큰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소식들로 인해 그동안 우리가 이뤄온 것을 모두 부정하거나, 자랑스러워야 할 우리나라에 대해 냉소적이고 혐오적인 표현이 난무하는 사회적 현상이 일상이 돼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적 메타인지이다. 우리가 얼마나 훌륭한지, 우리가 이뤄낸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지금의 나쁜 소식들은 우등생의 오답노트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답노트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우등생들의 필수 전략이다. 틀린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공부를 못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만약 뉴스에서 나쁜 소식을 접한다면, 그것 또한 우리가 이뤄낸 민주화의 열매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야 저런 일들이 밝혀지고, 수면 위로 드러나는구나. 이제 우리는 오답노트를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구나’라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더는 나쁜 소식이 아니라 그 또한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가 된다.
우리는 100년 전 오늘 독립투사들이 자신의 생명을 바쳐 되찾고자 했던 그 나라에 살고 있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고, 우리 스스로 잘못을 수정할 수 있는 이 나라야말로 꽃다운 소녀 유관순 열사가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아니겠는가.
** 이 글은 2019년 3월 18일 국제신문 메디 칼럼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90319.22029006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