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팽창성 부종에 빠진 병원들

현장 고려 없는 급속한 의료 정책의 변화가 불러온 결말

by 김부경

2017년 12월부터 전국의 모든 병원에 ‘전공의 특별법’이 전면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해 현재 병원은 ‘재 팽창성 부종 (reexpension syndrome)’에 빠져 있다.

재팽창성 부종에 빠진 병원들.png 일러스트 : 서상균 화백


‘재 팽창성 부종’이란 주로 폐에 물이 차 있는 경우, 그 물을 너무 빠른 속도로 빼게 되면 그에 대한 보상 반응으로 급속도로 다시 폐에 물이 차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폐에 차 있는 물 때문에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를 편하게 해 주기 위해서는 물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물을 빼는 과정에서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이 제거하면, 재 팽창성 부종 때문에 인공호흡이 필요하거나 심폐 부전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전공의의 과도한 업무시간은 병원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2015년 고려의대 김승섭 교수팀이 발표한 ‘한국 전공의들의 근무환경, 건강, 인식된 환자안전’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93시간으로, 이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 41시간의 2배 이상이다.


이러한 근무시간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인턴의 89.3%, 전공의의 68.6% 가 ‘근무시간에 졸았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결국 과도한 업무시간이 전공의들의 업무시간 중 과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공의의 업무시간제한을 골자로 한 ‘전공의 특별법’이 제정되고 작년 연말부터 모든 병원에 전면 시행하게 된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인력 공백에 대한 우려를 해 왔다. 전공의의 휴식을 강제하는 주당 80시간 법은 미국의 법과 같은데, 미국은 이 법을 도입하면서 ‘입원 전담 전문의 제도 (hospitalist)’로 전환에 성공했다. 미국은 전공의 월급을 국가에서 지원하는데, 우리나라 전공의의 평균 연봉보다 금액이 적다. 결국 미국은 전공의 수련을 국가에서 책임짐으로 인해, 전공의를 병원의 주 인력으로 사용하지 않고 호스피탈리스트 위주의 병원으로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전공의의 급여를 전액 병원이 감당하고 있고, 호스피탈리스트를 고용하게 되면 전공의 연봉의 두세 배나 되는 금액을 추가로 병원이 감당해야 한다. 문제는 지방병원의 경우 연봉을 2억 원까지 주겠다고 해도, 호스피탈리스트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연봉이 문제가 아니라 야간 당직 문제, 평생직장으로서의 가능성 등의 문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정부도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을 하고 있으나 그 수가 터무니없이 적으며, 인력풀이 큰 서울의 대형병원부터 채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대부분 병원에서는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를 지키기 위해, 다섯 명이 서던 당직을 두 명이 서고, 전공의 수가 적어 그것마저 여의치 못한 과에서는 펠로우가 당직을 서고, 펠로우마저 없는 과에서는 교수들이 당직을 선다. 다섯 명이 서던 당직을 두 명이 하게 될 때 발생하는 일은 불문가지다. 예전에는 가끔 큰 문제가 생겨 밤을 새우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중간에 잠을 자면서 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당직 때마다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 그런데 예전에 다섯 명 당직 설 때 가끔 있던 큰 문제가 생기는 밤은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다면 교수가 당직을 서는 것은 괜찮은가? 교수들은 낮에 연구와 학생 교육은 제외하더라도 환자 관련 업무인 회진, 외래와 수술이 있다. 야간 당직을 서고 다음 날 이 일들을 졸면서 하게 된다면 환자는 안전할 것인가?


정부는 서울 이외 지역에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 정착을 위한 강력한 지원책을 마련해주었으면 한다. 또 앞으로는 아무리 좋은 법이라 하더라도 그 법이 적용될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추진해주었으면 한다. 폐에 물이 차 숨이 찬 환자를 위해서는 반드시 물을 빼주어야 하지만, 너무 빨리 뺄 경우 환자가 죽을 수도 있다.

이전 06화전 국가적 메타인지가 필요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