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들러서 라떼 한잔을 마신다.
그래서 라떼 아저씨라고 부른다.
한잔씩 인사정도만 하고 드시고 가시다가
옆집 편의점 사장님을 끌고와서 한잔을 사주기 시작했다.
젊은 총각 사장님은 부담스러워하며 연신 감사하다 인사를 한다.
본인은 수급자라 돈이 나오고 늙고 식구도 없어서 돈쓸데가 없다. 그래서 사주는 거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가면서
아저씨는 아니 아버님은 딸이야기, 사위이야기, 젊었을적 장사한 이야기, 실수했던 사업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매일매일 이야기보따리를 풀면 꽤나 긴 시간을 앉아 우린 때론 재밌게 때론 궁금하게 때로는 지루하게 시간을 이어갔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은 말이 하고 싶어 카페를 찾았다. 어느 날부터인가 하루에 두 번도 세 번도 찾아오셨다. 어느 날은 집에 들어가기가 싫다고도 하셨다.
오실 때마다 청국장, 아욱, 부추, 병원에서 받아왔다며 관절파스, 눈물 안약 등을 챙겨 주시기도 하셨다.
부담스럽지만 어르신은 그냥 얘기가 하고 싶으셨고 나눠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디저트 쿠키나 빵이라도 챙겨 드릴라 치면 한사코 손사래를 치며 완강히 거부하셨다.
난 어쩌라고..... 그러다 보니
우린 끼니도 놓친 채 아버님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삼천교육대 끌려간 이야기가 시작되면 한 시간이 넘도록 이어지곤 했다.
더 힘든 이야기는 정치이야기였다.
잘못된 이야기를 하셔도 알려 드리기가 힘들다.
그렇게 철떡 같이 믿고 계신데 정정해 드린다고 사실을 말한다고 저분이 좋아하실 일도 아니고 어르신 마음만 상할 일이라 그냥 듣고만 있어야 하는데 자꾸 동조를 구하실 때면 괜스레 손님이 들어오길 바라면서 다른 일거리를 찾아 분주한 척을 해야만 한다.
안 그렇소? 해도 그냥 가만히 있는데 전두환대통령 시절로 돌아가고 싶으시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때 이야기는 국민이 아니라 노예처럼 살아온 국민들의 괴로움과 험난함이 너무 잘 드러나 차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아니하고 싶지 않아 진다.
그런데 그래서 이유 없이 삼천교육대까지 끌려가셨다는 분이 그 시절이 좋았다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어째서일까?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할아버지의 옛이야기는 이어진다.
두 번씩 세 번씩 이야기는 재탕이 맛인가 보다.
대화는 원치 않으신다.
그냥 단지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하실 뿐이다.
귀가 어두우시기도 하고 남의 이야기를 딱히 잘 듣고 싶어 하시지도 않는 것 같다.
멍하게 '네네' 그러다 보면 손님이 오고 그럼 잠시 멈췄다가 또 이어지는 이야기
그렇게 단골 라떼 할아버지가 찾아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