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생일이다.
해마다 추석에 걸리거나 아니면 연휴 앞뒤에 걸쳐져 있거나
정말 가끔은 그전에 오기도 한다.
결혼 전에는 그냥 그저 따로 챙겨주는 생일상 받아먹으면 되는 처지이니 잘 몰랐다.
결혼을 하고 나니 생일날 나는 늘 차례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짜증도 나고 한동안은 서글프기도 했다.
남편이 챙겨 주려 하기는 했지만 그냥 차례상 준비로 바빠야 하는 게 많이 아쉬웠다.
명절 준비 제사 준비 건 17년 가까이 해온 것 같다.
시어머니가 대부분 준비를 해놓고 하루 전날 가서 나와 남편은 같이 전을 부쳤다.
시누가 다섯 , 아들은 둘
하지만 장가간 아들은 남편 하나
당연 며느리도 나 하나이다.
왜 차례 준비 제사 준비는 며느리가 해야 하는 걸까?
정작 친정은 동생과 나 딸만 둘이라 동생이 공부할 무렵부터 서울로 가고 아버지는 혼자서 제사 준비를 했다.
말은 안 했지만 많이 섭섭했다.
친정 차례는 아무도 챙겨주지 않고..
그럼 딸만 있는 집은 어쩌란 건가?
우리나라 문화대로 하자면 딸 놓은 죄인이란 말을 이래서 했나 보다.
참 나쁜 풍습이다.
다 지내질 말던가 하려면 다 같이 하던가
사정 뻔히 알면서 단 한 번도 친정 차례나 제사를 챙겨주지 않는 시어머니였다.
그때마다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나는 왜 여기서 이 집 조상을 챙겨야 하나
하면서 한숨만 내쉬었다.
명절날 아침 9시까지 오라는 시어머니 말이 떨어지면 남편은 토한 번 달지 않고 알았다고 한다.
(친정과 시댁은 10분거리에 있었다.)
8시 30분쯤 친정에 들러 부랴부랴 차려놓은 제사상에 절을 하고 밥도 못 먹고 뒷정리도 못한 채 아버지만 두고 친정집을 나섰다.
그나마 남편이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화가 났다.
그리고 이만큼 했으면 됐다 생각했다.
게다가 그렇게 해주는데도 늘 모자라다 생각하시는 건지 시어머니는 늘 차례상 준비를 할 때면 나에게 핀잔 아닌 핀잔을 주시거나 비수 꽂히는 말을 하셨다.
그럴 때마다 남편과 다투었다.
어머니께 아무 말도 못 하니 그냥 남편에게 투정 부려보는 건데 남편은 그런 내가 달가울 리가 없다.
늘 어머니 편을 들었다. 이래서 그랬을 거다.
저래서 그랬을 거다.
그러면 나는 어머니가 더 미워져 다음 해는 안 할 거야 안 갈 거야 투덜거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안 했으면 될 일이다 싶다....
어머니 마음 편하게 해 드리자고 자식들이 전부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힘들다고 하시고....
17년 만에 재작년쯤 남편이 어머니께 말을 했다.
다 힘들어하고 더 이상 할 사람도 없고 어머니도 힘들고 고만하자고..... 산소나 다녀오는 걸로 그렇게 하자고...
나도 딸만 있다.
나까지만 하고 너희는 하지마라가 아니라 그냥 나부터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어른들 맘 돌보자고 나머지 자식들은 명절만 되면 다툰다.
나 역시 해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아주버님도 못하고 동서도 없고 시누들만 있어 온통 내가 할 일인데
나도 따지고 들면 전부 내가 할 일만은 아닌걸 아무 소리 없이 이만큼 했건만.....
부질없다 다 부질없다
안 하면 마음도 상할 일 없고 가족들과도 그냥 반가울 수 있을 텐데....
명절이면 끊임없이 나오는 설거지에 허리가 끊어질듯해도 말 한마디 못하고... 식모도 그런 식모가 있을까 싶게 부려먹는 우리나라 며느리...
아직도 명절 지난 후 싸우는 가정이 그렇게 많고
명절 이후 이혼율도 그렇게 높다고 들었다.
잘못된 풍습이다.
남편들이 미안해해봐야 할 수 있는 건 옆에서 거들다가 시어머니에게 잔소리 듣는 것 밖에 뭐가 있을까?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안 해도 된다고 아무 일 없다고
그냥 산 사람끼리 다들 공평하게 자리에 앉아 얼굴 보고 같이 이야기하고 같이 먹고 헤어지면 된다고...
친정에도 하지 않는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그리고 계속...
그냥 산소만 다녀올 뿐....
아주버님도 좋고 형님도 좋고 어머님도 좋다
서로 차례 준비 제사 준비하지 않고 그 시간 동안 못다 한 얘기 하면서 맛있는 거 먹고 잘 지냈으면 얼마나 더 좋은 관계가 되었을까?
해마다 늘 아쉬운
우리나라 명절이다.
"아가 같이 와서 밥이나 먹자 너 좋아하는 갈비 먹으러 갈까?"
앞으로 며느리들은 그랬으면 좋겠다.
명절마다 시어머니와 팔짱끼고 외식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