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곳의 회사원 생활

잘 살아온 걸까?(8)

by Midlife Lab

(이전 글에 이어)


아내의 반 강제적인 권유에 넘어간 나는 결국 '설비보전기사' 1차 필기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서점에서 관련 교재와 문제집을 고르는 것.

앞서 며칠 전에 서점에서 봐 두었던 노란색 표지의 두꺼운 책을 인터넷을 통해 주문했다.

2024년 4월 9일, 두툼한 책이 집으로 도착했다.

646페이지까지 있는 방대한 분량이었다.

어휴~~~


다음은 시험 접수.

보통 기사 시험은 1년에 3번 있는데, 1회는 이미 지나갔고

2회 차 필기시험은 4월 중순부터 며칠간 접수를 할 수 있고, 5월 중 적당한 날과 시험장을 선택할 수 있었다.

시험 접수기간이 되었고, 나는 집 근처에서 가까운 고등학교로 시험장을 정했고, 날짜도 거의 5월 말로 했다.

최대한 많이 보고 갈 심산이었다.


그런데...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설비보전기사의 역할은 '기계설비의 상태를 파악하고 기계요소와 윤활상태 등을 점검하고 관리해서

해당 기계설비의 상태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조건이 제한이 있었다.


관련 전공 4년제 학사 학위가 있거나, 동일 분야에서 4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학점은행제를 통해서 어느 정도의 일정 학점(106학점) 이상을 이수했어야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나는?

문과다. 그것도 어문계열.

당연히 기계 관련 4년제 학사 학위는 없다.

또, 동일 분야에서 4년 이상의 실무 경력도 없다.

그러면 결론은 학점은행제를 통해서 학점을 따야 비로소 설비보전기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런데...

인생이 참 재미있는 것이,

지난 2014년 무렵에 현장에서의 실무 경력을 살려서 '산업안전기사'와 '산업안전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바 있다. 물론 자격증을 따기는 했지만, 이후에 '안전관리'업무를 전담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그 당시 어찌어찌해서 따둔 자격증으로 필기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 것이다.


인생 참 모를 일이다.


어쨌든 1차 필기시험을 접수했고,

시험까지 남은 기간은 대략 한 달 반정도 남아 있었다. 두 달까지는 안 되는 시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보였다.


지난 시기에 시험 결과 통계를 보니 매년 2천~3천 명이 응시를 하는데 1차 필기시험 합격률은 40% 중후반 수준이었다. 10명이 보면 4명 정도 붙고, 5명~6명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 정도 안에는 들겠지.'


집 근처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하루에 가능한 많은 시간을 공부했다.

공부라기보다는 대충 이론 부분을 훑어보고,

그다음부터는 반복적으로 문제를 암기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지난번 글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봐도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글자와 숫자, 그래프, 계산식 등이 나와 있는 게 많았고,

단어나 용어도 생소한 것 투성이었다.


방법은 반복, 암기!

흔히들 나와 있는 합격 수기처럼 몇 회독을 했는지는 기억에 나지 않는다.

아무튼 여러 번 보고, 여러 번 틀린 문제는 아예 별도로 쪽지에 적어 갖고 다니면서 외우고 또 외웠다.


드디어, 1차 필기시험날.

결론은?

합격!!! (어딘가에 과목별 점수를 따로 표시해 둔 것 같은데, 못 찾겠다. 찾으면 다음에 공개하기로 하고.)


반복적으로 외우고 또 외우다 보니 그럭저럭 과락하지 않고 턱걸이로 합격한 것 같다.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맥이 풀렸다고 하나... 아무튼 몸에 힘이 쭉 빠졌다.


나와서 걸어오면서 와이프에게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1차 필기는 붙었네"


"오~ 축하축하. 2차만 잘 보면 되겠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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