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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인 Mar 25. 2022

인생은 실전이다

요새 좋은 인생 살아가고 계실 그대에게

   새 학기, 처음 보는 친구들, 그리고 처음 보는 어른들과 선배들에게 둘러싸인 나의 심정을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일전에 학교 입학식 때 강당에서 한 줄로 서서 질문 세례를 받았을 때와 같은 반에 앉아있을 때 집중적으로 질문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엄연히 큰 차이가 있다. 한 줄로 서서 남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전달받느냐 둘러싸여서 질문세례를 받느냐의 차이점이었다. 그 당시 낯을 가리던 나에게는 아주 어려운 일이었고, 사실 어린 날의 나는 단 하나의 친구만 있으면 그만이지 그렇게 많은 사람의 친구를 사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조금 떨떠름했던 것도 같다.

   사실 다름으로 인한 궁금증은 금방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것에 대한 주제는 항상 깨닫고 있었다. 그것도 별 것도 아닌 다름이라는 것은 항상 관심의 유효기간이 짧다. 당시엔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친구의 유무가 갈리게 되는데, 나는 아무래도 그저 같이 온 친구와 노는 게 즐거웠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인복이 많은 것인지 그저 운이 좋은 것인지 주변에 하나 둘 친구들이 몰리기 시작했을 땐 이미 열몇 명의 친구들과 같이 다니게 되었었다. 이게 뭔 일이람.

   내가 다닌 학교는 학교 자체의 규모가 작은 편이었다. 좁은 복도에 교복 마이를 짧게 줄여 입은 여자 선배들과 바지통을 한껏 줄여 스키니진처럼 입고 다니는 남자 선배들의 조화, 그 뒤에 있는 학교보다 더 큰 군대 등등. 이 무슨 어울리지도 않는 모습이랄지. 교복을 리폼해서 입은 선배들을 항상 규제하며 따라다니는 선생님들의 뒤로 좁은 복도를 지나다니며 같이 다니는 나의 열몇 명의 친구들. 슬슬 인지부조화가 오기 시작했었을 무렵이었다.



   쾅! 우당탕!



   복도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막 밥을 먹고 나오는 길인데 이 작은 학교에서 그런 큰 소리가 들릴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어디에서 누가 장난이라도 치다가 의자라도 깨 먹었나 하는 궁금증에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밥을 다 먹고 반으로 들어갔던 내 열몇 명 친구 중 두어 명이 반에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서성거리며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살짝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 무리에서 싸움이 난 것이라면 살짝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개를 들이밀어 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나 쳐다봤을 때였다.


   선배 A: 뭘 꼬나봐. 꺼져. 이젠 별 같잖은 게 꼬나보고 지랄이야.

   

   진짜 드러워서 내가. 지가 뭔데 우리 반에서 싸우기를 하며 내가 반에 들어가겠다고 하는데 욕을 하는지. 게다가 우당탕 소리가 들리던 것도 후배인 우리들 중 제일 싹수없던 친구를 밀어 엎어뜨린 것 같은데 뭐가 잘났다고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됐었다. 그리고 더불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반에 들어가려고 했던 내게 했던 별 같잖다는 취급은 참, 그 말 하나로 그 말을 뱉은 사람을 저급하게 만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난 딱히 어떤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욕 한마디 듣고 몸을 그대로 돌려 달려갔다.


   Q: 어디로 달려가셨나요?

   A: 교무실(ㅋ)


   그래 봐야 조막만 한 민짜 아닌가. 나보다 고작 두어 살 먹은 게 지랄하는 건 울 아부지도 참지 말라고 하셨다. 다행히 그 당시에 나는 눈물도 많고 조금의 과장도 잘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그 선배가 어떻게 했는지 세세하게(조금의 과장을 보태서), 그리고 그 제일 싸가지 밥 말아먹은 친구의 일도(조오금 과장해서) 말하고 났더니 내 손에 쥐어진 것은 사회의 공권력보다 무섭다는 학생부장 체육쌤의 손이었다.  당시 내가 1학년이었으니 2학년이나 3학년 반만 돌아다니면 됐었을 때였는데, 하필 그 선배는 명찰도 곱게 잘하고 다녔다. 하기야 그땐 명찰을 안 하고 다니면 감점이었지.

   선배의 이름을 말하고 반에 도착하자마자 낮은 교탁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는 선배의 얼굴이 보였었다. 날 하찮다는 듯 바라보던 눈빛과는 다르게 선생님이 있으니 영 순진한 양으로 바뀐 것에 웃음이 터질 뻔했다.


   체육쌤: 너 따라와.

   선배 A: 너냐?

   타인: 우.


   선배에게 해드릴 말이 꼭 있습니다. 인생은 실전이라고 하더군요. 혼자 봉사하시던 거 잘 봤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폭력은 좋지 않은 것이지요. 더불어 아무런 관련 없는 타인에게 욕을 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만요. 그래도 요새는 좀 어떻게 즐겁게 지내시는지요.

   전 좀 즐겁습니다요.

   그럼 안녕~^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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