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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다올 Jun 01. 2023

다들 한 줄 자기소개 가능한가요?

저는 그게 너무 어렵습니다  


예전에 도쿄의 한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만 파는 걸 보았다. 
다른 음료나 디저트 종류 하나 없이 메뉴판에는 오로지 아메리카노만 적혀있었다.
부러웠다. 무엇을 더 보태지 않는 저 자신감이 문득 나도 되고 싶었다.
이런저런 꾸밈말을 적어두지 않아도 나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집에만 있기 싫고> 장혜현.  부크럼



구구절절 자기소개라고 하면 나 또한 할말이 많다. 

나의 인스타그램은 항상 자기소개 글자수가 터져 나갈 때 까지 꾹꾹 눌러담다가 업로드가 불가할 지경이다.

그래서 뭘 빼야하지 고민한다.

한게 많아서 소개할 게 많아서가 아니라 고만고만한 경력때문에 그렇다.

'KBS아나운서, 다올' 이렇게만 적을 수 있으면 얼마나 심플하겠냐만은 하나만 넣기엔 약하고 

그렇다고 다 넣자니 구질거리는 자기소개 앞에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있어보일까 오늘도 고민한다.


한 줄로 자신을 표현 하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여서 한 줄로 따라 써봤다. 

그러자 마케팅 하는 사람들이 안 유명할 때 자기소개는 그렇게 쓰는게 아니라고 자신을 더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엔 이것 저것 경력을 다 넣어봤다.

상 받은 것도 넣어보고, 잘하는 외국어도 넣어보고.

그렇게 완성 된 나의 자기소개란은 김밥천국 같았다. 

엄청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그토록 다양한 메뉴가 있어서 '그러니까 뭘 제일 잘하는데?'의 느낌이었다.


최근에 장강명작가의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에서  책 앞날개의 작가 소개에 대해서 나온 구절이 있는데 공감이 되었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내가 여태까지 본 중에 가장 높이 평가하는 책 앞날개의 작가소개는 임성순 작가의 에세이 <잉여롭게 쓸데없게>에 있다. 이렇게 시작한다. 책을 보면 알게 되겠지만, 내가 책을 구매하는데 저자 약력이 영향을 준 적은 별로 없었다. 따라서 왜 이곳에 저자 약력을 적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스마트폰으로 저자가 어떤 인간인지 검색할 수 없었던 과거의 위상일 수도 있겠다.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장강명,  유유히



장강명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임성순 작가는 과거 작품과 수상 경력을 그냥 장편 소설을 주로 쓰고 언젠가 상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한 줄로 요약 했다고 한다. 

한 줄 요약.

멋지다.

나도 예전에 책을 출간한 적이 있는데 저자 약력을 15줄정도 쓴 것 같다. 

그냥 담을 수 있는대로 꾹꾹 눌러담았다. 

얼굴이 화끈해지네.

나도 이름 석자가 나를 대변해주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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