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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년필 Jan 26. 2023

바늘도둑은 소도둑이 된다

야근을 많이 하게 된 이야기

 요 근래 야근을 많이 하고 있다. 


 회사 동기가 사고를 쳤다. 8년 차에 3번째 반복되는 일이다. 처음 실수를 했을 때 나는 다른 지부에 있었기 때문에 동기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두 번째 일이 터졌을 때는 사무실이 달라서 소문만 들었다. 세 번째가 되어서야 바로 옆에서 일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동기는 성격이 참 좋다. 주변 사람들과도 친하게 잘 지낸다. 다른 직원의 일에 솔선수범 나선다. 술도 잘 마신다. 그러나 본인의 일은 하지 못한다. 처음에도 두 번째에도 본인의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꼭꼭 숨겨두다가 걸렸다. 그리고 다른 직원들이 뒷수습을 했다. 이번에 그 뒷수습을 하는 건 나였다.


 일을 그냥 쌓기만 했으면 '일 ㅈㄴ 못하네 ㅆㅂ'하고 그 일을 하면 되는데 이번에는 질이 정말 나빴다. 6월에 인계했어야 했던 보고서가 중간에 사라졌다. 동기는 본인 잘못이 아니라고, 본인은 정말 인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수증을 받지 않았다. 동기는 전임자도 인수증을 받지 않고 보고서를 인계했다고 그래서 자신도 받지 않았을 뿐이고 무조건 인계했다고 열변을 토했다. 억울하다고 엉엉 울었다. 인계하는 측인 우리 사무실과 인수하는 측인 1층 사무실까지 전부 나서서 보고서를 찾았지만 찾지 못하다가 일주일 만에 1층 사무실과 공용으로 쓰는 창고에서 보고서가 발견되었다. 발견된 것이 1층 사무실측에서 사용하는 창고 공간이었으므로 1층의 잘못으로 생각했다. 12월 말경 이번에는 11월에 인수되었어야 하는 보고서 3개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도 동기는 억울하다고 했다. 본인은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보고서 중 2개가 인계자인 후배의 캐비닛에서 나왔다. 내가 동기의 부탁을 받고(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찾아줘) 그 캐비닛을 뒤져 1개를 찾아냈다. 동기는 의기양양하게 그것 보라고 인계를 안 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나머지 보고서 1개는 결국 찾지 못하고 새해를 맞이하였다. 보고서를 분실한 후배는 우울한 연말연시를 맞이했다. 징계 이야기도 나왔다.


 1월이 되어 설연휴를 전후하여 동기는 해외여행을 갔다. 이 즈음에 부장님은 동기가 하는 일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하셨다. 아무래도 통계결과가 맞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면 동기는 화를 내었다. 동기가 자리를 비운 사이 동기의 전임자와 이야기하여 그 동기만 접근할 수 있는,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캐비닛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발견해 버린 것이다. 분실되었던 보고서를. 그 외에도 처리하지 않고 쌓아둔 안건 수십 개가 그 안에 들어가 있었다. 


 회사에 일을 못하는 사람은 꽤 많다. 우리 회사는 순환근무제라 그런 직원들이 혹은 내가 일을 엉망으로 해두면 위에서 파악한 후 그 자리에 소방관 역을 투입한다. 불 끄라고. 불합리할 수 있지만 어쨌든 공공연하게, 그렇게 위태위태하게 회사는 굴러가고 있다. 어지간한 대기업 아니고서는 다들 그렇게 일하고 있지 않나? 그러나 본인의 잘못을 숨기기 위하여 다른 사람을 이용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동기는 1년 6개월 동안 쌓아온 직원들의 신뢰와 후배들과의 추억을 모두 배신했다. 사무실 후배 중 한 명은 개인 자물쇠를 구매하여 캐비닛을 잠그고 다닌다. 누명을 썼던 후배는 더 이상 같은 사무실에서 일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두 번의 실수를 알고 있으면서 동기를 믿고 지지했던 나도 이용당하고 배신당했다. 그리고 원래 하던 일에 동기의 일까지 떠맡아 비몽사몽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사과는 받지 못할 것 같다. 동기는 결국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내 바람은 그저 동기가 직원들 한 명 한 명과 직접 마주하고 미안하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책임에 마주하는 어른이 되는 것이다. 지금 한 발짝 성장하지 못하면 이 동기에게 남은 미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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