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러워했던 태국인들이 부러워하는 한국인이 나
한 2주 정도 태국앓이를 했다.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 속 주인공들에 푹 빠졌던 것이다. 그 드라마는 태국드라마였다. 아줌마가 오래간만에 맛본 로맨스의 달달함에 심장이 미친 듯이 펌프질을 하여 머리까지 어지러워졌다. 그 강렬한 자극을 잊고자 아줌마는 부지런하게 그들은 드라마 속, 허구 속의 인물들일뿐이라고. 유튜브나 인터넷 서핑을 통해 실존하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드라마 속 캐릭터와의 간극을 찾아내는 일에 3일 정도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마음을 진정시켰지만 그래도 남자주인공에 대한 관심을 끊어낼 수는 없었다.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해당 배우의 이름을 유튜브에 검색했다. 인스타그램 사진 속 알아볼 수 없는 글자를 허망하게 바라보고, 한국어 자막이 없는 영상에 아쉬워하며 그렇게 태국인들을 부러워했다. 태국어를 배워볼까, 자음이 44개라는데 이 알 수 없는 형상들을 그들은 어떻게 구분하는 것일까. 교보문고 앱에 들어가 태국어교재를 사기 직전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배우에 대해 검색하다 보니 그는 한국 가수 딘을 우상으로 삼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 관광을 다녀갔다. 그는 K-pop팬이었다. 태국 배우에 대한 영상을 유튜브로 보다 보니 알고리즘이 태국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나에게 추천해 주었다. 남자 아이돌 한 팀, 여자 아이돌 한 팀의 영상을 보았다. K-pop과 아주 비슷했다. 부족한 것은 댄스인 것 같다. 그들은 스스로 T-pop이라고 명명했다. 한때 J-pop이 빌보드차트를 휩쓸었다. 그 뒤를 이어 K-pop이 빌보드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은 T-pop일지도 모른다.
태국 배우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800만 명이다. 얼굴천재 차은우는 2000만 명이다. 그제야 깨달았다. 태국 배우의 공연장에 원하는 때 갈 수 있고 그의 영상을 자막 없이 볼 수 있다고 부러워했던 태국인들은 어쩌면 한국인인 나를 부러워하고 있겠다고. 한국 배우의 공연장에 원하는 때 갈 수 있고(물론 피케팅에서 승리해야겠지만) 그들의 영상을 자막 없이 볼 수 있는 나. 역시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렇게 태국배우에 대한 관심이 시들시들해지고 요즘은 우리나라 아이돌 세븐틴의 영상을 많이 보고 있다. 멤버수가 13명이나 되다 보니 정말 캐릭터들이 다양하고 잘생긴 청년들이 많더라. 매 앨범마다 시도하는 새로운 노래들도 좋고 자체제작 유튜브 예능인 고잉세븐틴도 재미있다.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고 내가 가진 것을 최대한으로 즐기는 것이 중요하겠다. 나의 세븐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