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간병일지] 드라이빙 고해성사

0점짜리 잠재의식

by 부탕카멘




둘이서 차를 타고 가는데 남편이 했던 말이 기억났다.



"예전 교회 다닐 때 아무리 노력해도 신앙이 안

생기는 거야.

그래서 내가 암에라도 걸리면 하느님을 믿게 될까?

라고 생각 한 적이 종종 있어"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남편의 어깨를 조금 아프게 탁 쳤다.



나는 잠재의식에 힘이 있다고 믿는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잠재의식이고

간단히 말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것이 곧 나이고

생각과 말에는 힘이 깃들어 있다는 개념을 믿는다는 것이다.




나는 종교인은 아니라서

남편이 아프고 나서도 종교의 힘에

기대어 나의 슬픔이나 상황을 치유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가끔은 내가 종교에 심취해야 남편이 건강해지나?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건 내가 아닌 어머님이 역할을 자처하셨다.


나는 나대로 건강한 식사를 제공하고

가족들이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는 게 더 낫다고

결정했다.

(물론 에너지 고갈로 침대에서 못 나오는 날도 꽤 있다)






그 이후로도 종종 남편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 마약을 해볼 수 없으니, 마약성 진통제 먹으면 어떨지 궁금하긴 해"


"시한부의 삶은 어떨까 생각해 본 적 있어"



등등 아내에게 등짝 맞을만한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운전 중 지나가는 말로 흘리고는 했다.


운전하며 말하면 내가 덜 화낼 거라고 생각했을까?





평소에도 생각이 많은 나는

부정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면

머릿속의 그 영상에 셔터를 내린다.



드르륵 탁! 하고 부정적인 생각에 영업종료를

알리고 일단 다른 생각으로 넘어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적인 생각들은

스스로 종료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24시간 상영되기 마련이다.





아무튼 이제부터라도 남편은

온갖 극적인 암환자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그만 보는 편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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