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에서 강등
결혼하고 흔히 남편을 지칭하여
"첫째 아들"이라고들 부르는데 내 남편은 특히나
그 표현을 싫어했다.
묘하게 가부장적인 70년대 끄트머리에 태어난 남편은
남자인 자신이 가정의 경제적인 면을
책임지고 존경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듯했다.
그래서 손이 많이 가는 아들과 같다는
표현을 들을 때마다 어딘가 모르게 불편해했다.
언뜻 "나는 가장이잖아. 너와는 무게가 다르다고"라는 뉘앙스를 풍겼을 때도 나는 다소 어이가 없었다.
돈을 벌고 가족을 부양하는 역할의 무게는
여자든 남자든 똑같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이 언제나 같으리라는 법은 없다.
사실 남편은 돈을 버는 데에는 큰 재주가 없었다.
일 하기 싫어한다기보다는 돈을 버는 것 자체를
어찌 다뤄야 할지 몰라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나는 10년 동안 오로지 육아만 하며
워킹맘의 고된 삶을 살지 않아도 되었고
때문에 나는 경단녀가 되어 경제적 자립이라는 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요즘 MZ 식 사랑법 반반 반띵 내가 내면 네가 반.
효율적이고 공평할지는 몰라도 멋대가리는 없다.
진짜 남자다움은 내가 선택한 사람을 책임지고자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욕망과
그에 수반되는 베풂이다.
남편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잘하는 사람이다.
아마도 부모님께 물려받고 보고 배운 천성인 듯하다.
그의 진심을 나는 안다.
비록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그가 가족을 책임지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은
아내인 내가 가장 잘 안다.
아마도 그는 많은 돈이 생겼다면 우선적으로
나를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1순위로
선택했을 것이다.
진짜 첫째 아들 둘째 아들을 제치고
현재 나의 관심과 시간, 보살핌을 가장 많이 받게 된
남편은 셋째 아들로 집안에서의 순위는 내려갔을지는 몰라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