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간병일지] 세수의 순서

나도 간병은 처음이라

by 부탕카멘




반들반들 대머리가 된 남편의 머리를

따뜻한 가제수건으로 닦아주고 있을 때 였다.


귀도 깨끗해지라고 나름 꼼꼼히 닦고

이번엔 얼굴을 닦으려 하니 남편이 웅얼거렸다.


"이럴꺼면 얼굴을 먼저 해야지.."


" 아.. 미안"




나는 다소 덜렁이 이다.

스스로는 꼼꼼히 했다고 생각하는데 꼭 나사 한두개가 빠진 걸 주변에서 알려줘야 그때 아는 타입.



가제수건을 다시 따뜻한 물에 행궈 얼굴을 닦아줬다.


이번에는 머리 다 한거 맞냐며 묻는다.



응!

.. 머리 반쪽을 안 닦았네.

미안.






남편은 마약성 진통제가 아니고서는

그의 고통을 경감 시킬 수 가 없어

최근 섬망 현상을 겪었다.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인데

손발이 차고 떨리며 오한 구토 환각등의

현상을 보인다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무서운 것인지

나도 처음 알게 되었다.



꿈처럼 내뱉는 헛소리도 포함되는데 갑자기

"자전거 잘못 샀네 에이~ 어떻게 하냐 사기네"

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 아파트 2채가 우리 꺼야?"라고 묻기도 했다.

(간곡히 진실이길 바래본다)


"간병을 못한다"

이런 말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내심 나는 정곡을 찔렸는지 남편을 째려봤지만

다음날 오전 정신이 돌아온 남편은 정말로

기억에 없는지 내가 퉁명스레

"내가 그리 맘에 안들면 어머님과 함께 있으라" 며 속에도 있는(!) 말을 내뱉었고 다소 억울해 했다.




그는 제정신일때도 어딘가 야물딱지지 못한

살림을 아쉬워하곤 했다.




서로 모자란 부분을 참아주는 게 원만한 부부생활의

팁이라면 나는 그에게 15달러쯤은 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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