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땅 바다
처음 시작은 아마도 붕어였다.
아버님 나잇대가 되면
이걸 먹으면 암이 싹 낫는다더라 혹은,
거의 죽다가 이것만 먹으면 살아났다더라
라는 누군가의 부활소식이 300건씩 쏟아진다.
말그대로 팔뚝만한 붕어 10마리가
하얀 비닐에 담겨 서로 뒤엉켜 퍼덕거리고 있었다.
회사 뒷켠에 커다란 버너를 준비하고
(아마도 그때는 무더운 여름이었다)
거기에 더 커다란 솥을 가져오시더니
각종 한약재와 비늘도 벗기지 않고
샤워만 마친 붕어들이 우루루 소란스럽게 쏟아져 내렸다.
그 이후로도 솥에 들어간 것 들은
하늘과 땅 바다를 가리지 않았다.
어느날에는 흑염소 한마리
어떤날에는 민들레 뿌리 열바가지
죽은 사람도 벌떡 일으킨다는 벌침요법
따뜻하게 하면 암이 사라진다는 의문의 찜질매트
집 앞 마당 핸드메이드 황토길
사촌이 먹고 암이 나앗다는 이름모를 한약탕
콜라겐이 몸에 좋다하니 묵으로 쑤어진 박대
이걸 먹고 나앗다더라는 근거를 가진 모든것들이
아버님과 어머님의 정성이 되어 우리집에 찾아왔다.
입원했을 때에도
"마지막까지 모르잖아"라시며
보온병에 담아 가져오신 따끈한
비단초 우린물을 보고 있자니
5년동안 부모님은 쉴새없이 자식의 건강만을
바래오셨던 것 같다.
그리고 언제나 남편은
감사히 먹을께요. 잘 먹겠습니다.
공손히 인사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거의
아무것도 그 불로장생의 정성들을 먹지 않았다.
정말로 왜 그랬는지는 나도 알 수 없다.
그저 진심으로 붕어가 먹기 싫었을 수 도 있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알수 없는 반항심에
도저히 삼킬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는 매번 곤란해 했지만
부모님 앞에서는 티내지 않고 웃으며
'너무 좋네요 잘 먹을께요'를 항상 반복했다.
나 역시도 잘 먹고 있는지
부모님께서 여쭤보면 나도 그렇다고 대답하는것 말고는 딱히 답이 없었다.
장희빈 사약 내리듯 강제로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남편은 시아버지와 꼭 닮아 있어서
고집이 무척이나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