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스포티지
남편의 병세가 심해짐에 따라
운전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차를 유지할 비용이
부족하게 되었다. 겸사겸사 우리는 차를 팔아버릴
계획을 언뜻 내비쳤지만 차를 판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우선 급격하게 불편해질 동선에 대해 생각했다.
차가 2대라 뭐 그리 불편하겠는가 싶겠지만,
누군가와 일정을 잡아 이동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불편하다.
(우리 집은 도심에서 떨어진 시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운전의 위험성과
유지비를 생각하면 파는 것이 옳은 길이었다.
10년을 탄 검은색 스포티지는
한창 아이언맨이 유행하던 시절
뒷모습이 아이언맨 가면을 닮았다며 인기를 끌었던
모델이다.
물건을 꼼꼼히 케어하여 사용하는
남편이 주로 모는 이 차는 남편이 무사고로
장장 10년을 몰았다.
하지만 내가 도로연습으로 타이어 휠 찢어먹기 1회
어머님이 타시다 또랑에 처박혀 폐차직전
구사일생 1회의 전적으로 우여곡절 10년간
우리와 함께한 가족 같은 차였다. 반려車
최종적으로 남편은 차를 팔기로 결심했는지
어느 날 중고차 딜러가 찾아와 차를 이리저리
살피며 점수를 매겼다.
"최근 엔진오일을 가신 것 보니 파실 생각이 없으셨네요"
라는 말에 차를 파는 것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던 내가 남편을 바라봤다.
남편은 자신의 차를 파는 것에 대해
"날개 꺾인 새"가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점수가 매겨진 우리의 스포티지는
가치도 그다지 높지 않았고 2~3번의 딜러방문
이후 냉정한 가격이 매겨졌다.
우리는 내심 그 가격에 실망했다.
마지막 딜러가 찾아와
남편과 커피를 마시며 다른 사무실에 있던 나를 불렀다.
나는 속으로 돈을 좀 더 받을 수는 없을까 생각하며
서류를 지긋이 읽어 내려갔다.
딜러는
"우리나라 차가 외국, 그러니까 과테말라 그쪽으로 가면요. 외제차 취급받고 아주 좋은 집에 가요.
말끔히 청소해서 외국차 판매소에서 비싼 값에
팔리고 그 나라 사람들도 좋은 차를 샀다며 애지중지합니다. 걱정하실 것 없어요"
라며 남편과 나를 안심시키며 계약을 성사시키려 했다.
단순히 차를 팔면 그만이라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간파한 딜러는
앞으로 우리 스포티지의 미래를 한없이 희망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나는 이윽고
과테말라행 파양서에 사인을 했다.
뜨거운 태양아래 화려한 꽃화관을 쓰고
삼바리듬에 맞춰 새로운 주인가족을 태워
끝도 없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아이언맨 스포티지를 상상했다.
과테말라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