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망한다 - 19 사법 권력 - 3

한국인들에게 告하는 희망의 메시지

by 나팔수

한국은 망한다 - 19 사법 권력 - 3

사법은 누구의 편인가


제9장

제6절 성역이 판치는 사회 ― 면허와 카르텔의 나라


한국 사회에는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 있다. 그것은 법으로 보장된 권한과 제도를 넘어선, 일종의 성역(聖域)이다. 성역은 사회의 공정성을 지탱해야 할 제도가 오히려 권력을 독점하는 장치로 변질될 때 만들어진다.


면허와 자격, 사법과 검찰, 종교와 학문 등에서 성역은 깊숙이 자리 잡았다.

성역이 작동하는 순간, 제도는 시민을 보호하지 않고 기득권을 보호한다.

문명은 투명성과 책임 위에서만 유지되는데, 성역은 바로 그 반대편에 선다. 성역이 판치는 사회는 결국 망할 수밖에 없다.


1. 면허의 성역 ― 생명을 다루는 권력, 재검증 없는 권위


한국의 전문직 면허는 한 번 취득하면 평생 유지된다. 의사는 성범죄나 살인 전과가 있어도 면허를 박탈당하지 않는다. 2021년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개정을 통해 성범죄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려 하자, 대한의사협회는 총파업을 선언했다. 환자의 생명보다 의사의 권익을 앞세운 것이다.


실제 사례도 있다.

강간 전과가 있는 의사가 병원을 개업해 수년간 환자를 진료했으며, 의료 과실로 환자가 사망했음에도 면허 취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언론이 보도했지만 제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약사 면허도 마찬가지다.

약물 오남용으로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해도 재교육이나 재검증은 없다. 미용사, 이발사, 심지어 교사와 교수직 역시 예외가 아니다. 1960~70년대에 가리방 시험으로 취득한 면허증이 AI와 로봇이 지배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효력을 발휘한다.


국제적으로 보자면 이는 극히 이례적이다. 일본은 의사에게 주기적 재자격 심사를 시행한다. 유럽연합(EU)은 의무적으로 지속 교육(CME)을 요구하며, 일정 시간을 이수하지 않으면 면허가 정지된다. 미국의 의사 면허 역시 주마다 재등록 절차가 엄격하다. 그런데 한국은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평생 권위를 보장한다.


부르디외는 면허와 학벌을 ‘상징 자본’이라 불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것이 검증되지 않은 채 세습되는 세습 자본으로 굳어진다. 면허는 책임의 증서가 아니라 권력의 방패막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2. 사법부의 성역 ― 학맥과 전관예우


사법부는 ‘마지막 정의의 보루’라 불리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성역 중의 성역이다. 판검사, 변호사 모두 특정 대학 출신이 장악해 왔으며, 법은 국민의 것이 아니라 학맥과 인맥의 전유물이 되었다.


여기에 전관예우라는 악습이 더해진다.

은퇴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는 사건 배당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억대 수임료를 받는다. 국민은 법정에서 “법 앞의 평등”을 요구할 수 없고, “네트워크 앞의 불평등”만 경험한다. 실제로 국민 여론조사에서 “법은 강자의 편”이라는 응답이 과반수를 넘는다. 전관예우는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법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시민의 신뢰를 붕괴시키는 구조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전관 변호사의 사건 수임을 제한하거나 일정 기간 금지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합법적이고, 심지어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사법부는 공정의 이름으로 포장된 카르텔의 성역이다.


3. 종교의 성역 ― 세습과 면세, 정치 동원


종교는 양심과 신앙의 공간이어야 하지만, 한국에서 종교는 권력의 성역으로 변했다.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 사건은 한국 종교 권력의 민낯을 드러냈다. 신도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기각으로 사실상 세습을 확정시켰다. 불교의 대형 사찰에서도 주지직 세습과 재정 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종교인 과세는 2018년에 어렵사리 시행되었지만, 실효성은 미약했다.

유예와 완화 조항 덕분에 과세율은 근로소득자보다 현저히 낮았고, 종교 재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에서는 IRS가 교회의 세무를 정기 감사하고, 독일은 교회세를 국가가 징수해 투명하게 관리한다. 그러나 한국은 정치인들이 표를 잃을까 두려워 종교 권력에 손을 대지 못한다.


종교와 정치의 결탁은 때로 폭력으로 드러난다. 2024년 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국회 탄핵 사태 속에서, 일부 지지 세력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기자를 폭행하고 법원을 점거했다.

해외 언론은 이를 “한국판 1월 6일”이라 보도했다. 그 배후에는 극우 종교 지도자의 선동이 있었다는 의혹이 뒤따랐다. 종교가 신앙의 성역을 넘어 폭력의 성역이 된 것이다.


4. 검찰 카르텔 ― 철옹성의 구조


검찰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단단한 성역이다. 대학-사법연수원 라인을 통해 입직한 검사는 승진을 거듭하고, 퇴직 후에는 전관시장에 진입한다. 사건은 눈에 보이지 않는 줄로 연결되고, 억대 수임료가 오간다.


국회와 정부는 수십 년 동안 검찰개혁을 외쳤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까지 모두 개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좌절되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공수처가 설치되고 검경수사권 조정이 있었지만, 정권 교체 이후 흐름은 후퇴했다.


검찰은 단순히 권한이 강한 기관이 아니라, 자기 재생산 메커니즘을 가진 관료 조직이다. 인사, 예산, 평가, 윤리 전반에서 내부 인맥과 문화가 견고하게 작동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사법 신뢰도는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제도적 개혁이 실패하는 이유는 검찰이 집단 이익주의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5. 철학적 성찰 ― 성역은 왜 반문명인가


막스 베버는 자격제가 합리적 지배의 핵심이라고 했지만, 재검증이 사라지면 신분제로 퇴락한다고 경고했다.

부르디외는 학벌과 면허를 상징 자본이라 불렀으나, 한국에서는 그것이 세습 자본이 된다.

푸코는 면허와 자격을 지식-권력 장치로 보았고, 감사와 공시가 결여되면 권력은 은닉된다고 했다.

울리히 벡은 전문가 집단이 책임을 외주화 하고 위험을 은폐하는 순간 사회는 위험사회로 진입한다고 지적했다.


하버마스는 공론장이 성역 때문에 왜곡되면 민주주의가 붕괴한다고 했다.

이 철학적 진단들은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거울이다. 성역은 단순한 집단의 이기심이 아니라, 사회를 문명에서 반문명으로 끌어내리는 구조이다.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성역을 허문 적이 없다. 의사 면허, 사법부, 종교, 검찰… 모두가 성역으로 군림했고, 시민은 언제나 그 희생자였다. 성역을 허물기 위해서는 정기적 재자격 심사, 전관예우 차단, 종교 재정 투명화, 검찰 권한 분산 같은 대대적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스스로가 성역을 성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합의이다. 성역은 문명을 지탱하지 않는다. 성역은 문명을 파괴한다. 성역이 판치는 사회는 망할 수밖에 없다.

이전 18화한국은 망한다 - 18 사법 권력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