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주한 미군 역할 변화, 이제는 ‘전작권 환수’와 ‘주둔 대가의 정상화’를 국가 전략으로 선언해야 한다
미국의 새 국방전략(NDS)은 주한 미군의 역할 변화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한국은 북한의 재래식 위협을 스스로 책임지고, 미국은 핵 억제와 중국 견제에 주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변화 자체는 새롭지 않다. 문제는 변화의 존재가 아니라, 그 변화가 누구의 전략을 위해 작동하고 있는가이다.
미국의 전략 지도를 보면 답은 분명하다. 한반도는 더 이상 북한 대응의 전면이 아니라, 중국을 둘러싼 인도‧태평양 전략의 전초이자 관문, 이른바 ‘중국의 대문’으로 재배치되고 있다. 미군의 시선에서 주한 미군은 한국 방어만을 위한 병력이 아니다. 중국을 감시하고 차단하며, 필요할 경우 압박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 자산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질문은 분명해진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이유가 한국 방어라면 지금의 동맹 구조는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군의 핵심 임무가 중국 견제라면, 주한 미군 주둔은 한국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미국 전략의 수행이다. 그렇다면 논리는 단순하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려면, 그 주둔의 대가는 미국이 충분히 지불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방위비 분담’이라는 이름으로 미군 주둔 비용을 사실상 떠안아 왔다. 그러나 미군의 역할이 한반도 방어에서 역내 패권 경쟁으로 이동하는 순간, 이 구조는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 한국은 보호를 받는 객체가 아니라, 미국의 대중 전략에 핵심 거점을 제공하는 국가가 되기 때문이다. 기지를 제공하고, 외교적 위험을 감수하며, 군사적 표적이 되는 쪽이 한국이라면, 비용을 내는 쪽이 미국이어야 하는 것은 국제정치의 상식이다.
이와 동시에 반드시 병행돼야 할 과제가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다. 전작권을 환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군의 임무가 중국 견제로 이동한다면, 한국은 통제권 없는 전쟁 위험을 떠안게 된다. 이는 군사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주권의 문제다. 전작권 없는 자주국방은 성립하지 않으며, 지휘권 없는 동맹은 언제든 종속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주한 미군 역할 변화는 막을 수 없으니 적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주의가 아니라 체념의 언어다. 변화는 피할 수 없을지라도, 조건과 대가는 협상의 대상이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못 막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는 받아들이고, 어떤 조건에서는 거부하겠다는 국가의 선을 명확히 긋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선을 그어야 할 주체는 분명하다. 이러한 전략은 학자나 언론, 일부 전문가의 문제 제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 대통령과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이 국가 전략으로 분명히 주장하고, 미국과의 공식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할 사안이다. 전작권 환수와 주둔 대가의 정상화는 선언이 아니라, 최고 통치권자가 책임지고 요구해야 할 외교 의제다.
주한 미군 역할 변화는 군사 문제가 아니다. 외교·안보·경제·주권이 교차하는 국가 좌표의 문제다. 전작권을 환수하고, 미군 주둔의 목적이 중국 견제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것이야말로 구호가 아니라 협상 가능한 전략으로서의 자주국방이다.
미군의 주둔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무상 주둔과 비용 전가는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
한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전략을 위해 주둔한다면,
그 요구는 대통령의 입을 통해 분명히 천명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