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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Aug 25. 2023

<오래된 미래>를 다시 읽는 이유

이러다 공룡처럼 인류가 한순간에 멸종되는 건 아닌가?

       “왜 세상은 하나의 위기에서 또 다른 위기로 비틀거리며 나아가고 있는가? 

       항상 이러했는가? --- 

       라다크는 나에게 미래로 가는 길은 하나뿐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시켜주었고, 

       엄청난 힘과 희망을 주었다.”  

        1996년  7월 15일 녹색평론사 발간 초판 <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서문 일부.



 세계화(글로벌리즘)에 반기를 든 환경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여사는 1975년부터 16년간 인도 최북단 고원 사막지대, ‘작은 티벳’이라고 불리는 라다크(인구 13만 명)에서 생활했다, <오래된 미래>는 그 척박한 땅에서 검소함과 자존감으로 자급자족을 이루는 삶에 대한 현장 보고서다.      


 “겨울엔 영하 40도, 여름엔 탈 듯이 뜨겁고, 실제로 일하는 것은 일 년에 4개월뿐이다. 나머지 8개월 대부분은 잔치와 파티로 보낸다. --  혹심한 기후, 자원의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라다크 사람들은 단지 생존 이상으로 즐기며 산다. --- 삽, 톱, 낫, 망치 같은 아주 기초적인 연장, 단순한 물레방아, -- 일을 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낸다. --- 그런데도 그들은 시간을 넉넉히 가지고 있다. 부드러운 속도로 일을 하고, 놀라울 만큼 많은 여가를 누린다. --- 열심히 일하지만 자기 들의 속도로 웃음과 노래를 곁들이며 한다. 일과 놀이는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다. ---  (56~57쪽)”       


 물론 세계화된 문명세계는 오래된 미래, 라다크를 그대로 두지 않는다. 인도정부가 파키스탄, 중국침략으로부터 라다크를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1974년부터 라다크를 관광객에게 개방했다. 1984년 한 해 관광객 수는 15.000명, 전기도 들어왔다. “인구 1만 명이던 라다크 수도 레에 호텔, 접객업소만 100개가 생기고 관광객 1명이 하루 쓰는 비용은 라다크 한 가족이 1년 동안 쓰는 금액이다.” 개발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개발 전에는 가난과 굶주림이란 없었다.     


 “내가 온 첫해에는 처음 본 어린아이들이 나에게 달려와 살구를 손에 쥐여 주곤 했다.-- 이제는 어린아이들이 외국인들에게 ‘한 닢만, 한 닢만’ 하며 빈손을 내민다. --- 전통음식에도 자부심을 못 느껴 전통 보리빵을 내놓으며 내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1980년 라다크는 ‘라다크 프로젝트’를 만들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나아갔다. 호지여사는 이런 움직임이 “지역적인 것, 작은 것, 친밀한 것, 인간적인 것,--- 결국 자연이 승리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고 주장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세계는 세계화(글로벌리즘) 문명의 극치를 누리고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폭염, 가뭄, 태풍, 집중폭우, 대형산불 등등 기후 위기에 덧붙여 식량 위기, 전쟁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다 기후 재앙이나 핵폭발로 6천 6백 만 년 전 공룡이 멸종된 것처럼 인류도 한순간에 지구상에서 싹 사라지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호지여사는 <오래된 미래>에서 “경제활동 규모를 근본적으로 줄이자, 생산과 소비 거리를 줄이자. 정말 필요한 것은 집 가까이에서 생산하자”라는 ‘지역화’를 주장한다. 호지여사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지역화'라는 길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대량소비, 대형화, 세계화에 몸통이 비대해져 버린 인류가 그런 뼈를 깎는 감량책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니 나부터 집 가까운 곳에서 정말 필요한 것을 생산하고 있는가?   2023.08.25.     

1996년 7월15일 녹색평론사에서 발간한 <오래된 미래> 표지와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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