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은 꼭 오셔야 합니다 - PEAK FESTIVAL

i가 90%인 사람도 즐기는 공연

by 한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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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이거 정말 재밌는 거잖아?"


나는 MBTI에서 i가 90% 이상으로 극내향형이다.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페스티벌을 가는 건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방방 뛰는 내 모습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런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올봄에 뮤직 페스티벌을 갔다. 직접 가보니 생각이 180도로 뒤바뀌었다.


그동안 페스티벌의 재미를 모르고 살았다니 억울할 정도였다. 스마트폰에서 얻는 도파민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100배 이상의 극도의 흥분을 맛보았다. PEAK FESTIVAL을 통해 다시 또 그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PEAK FESTIVAL은 꽤 난이도가 있었다. 계절은 땀나는 여름이고, 무대는 심지어 야외니 말이다. 난지한강공원으로 가는 교통편도 녹록지 않았다. 웬만한 페스티벌 마니아가 아니고선, 선뜻 도전하기 어려웠다. 한편, 그럼에도 발걸음을 재촉해서 온 사람들은 얼마나 음악에 열정이 있는 사람들일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날씨니, 야외니, 내가 괜한 걱정을 한 모양이었다. 페스티벌 주최 측에서 관객을 배려한 흔적이 곳곳에 녹아있었다. 스테이지는 2개로 구성되어, 한 무대가 끝나면 다음 아티스트를 기다리지 않아도 곧바로 옆 스테이지에서 공연이 이어졌다. 무더위를 속수무책으로 당할 필요 없이 속도감있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푸른 잔디밭이 주는 감성은 덤이었다. 스탠딩이 지칠 무렵, 무대 앞으로 쫙 깔린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편하게 음악을 즐겼다. 양손에 들린 맛있는 먹거리는 흥취를 더욱 돋구었다. 각양각색의 푸드 트럭이 많았는데, 분식, 양식, 일식 등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그 중 나의 원픽은 입천장이 까질 정도로 바삭한 회오리 감자였다.
NELL, 소란, 정용화, 크라잉넛, FT아일랜드, 김윤아, 하동균, 씨엔블루 등 여름과 잘 어울리는 청량한 실력파 가수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심지어 한 아티스트당 60분씩 꽉꽉 채운 고퀄리티 알짜배기 공연이었다. 각각의 아티스트는 자신만의 분위기로 무대를 연출했고, 순식간에 돌변하는 감성적인 무대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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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가수는 NELL이었다. 넬은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아티스트였다. 무대 연출력이 남다르다 못해 독보적이었다. 스크린 속 영상은 평소에 느낄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기분을 선사했다. 단순히 '기쁘다, 신난다' 등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오묘하고, 넬이 만든 세계에 빠져들 것 같았다. 그 순간만큼은, 넬이 우주 정복자가 되어 세상을 지배했다. 사운드는 에어팟보다 선명하게 들렸고, 마치 내 귓가에 1mm 내에서 속삭이는듯했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 친구랑 돗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재미있게 보고 가세요!" 어, 누구지? 알고 보니 크라잉넛이었다. 지나가는 행인 마냥 태연하게 말을 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바로 이게 PEAK FESTIVAL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스타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고, 너나 할 것 없이 푸른 잔디 위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공연.


어두워진 밤하늘은 각각의 아티스트의 음색으로 물들어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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